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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생명이 시작되는 토양

[차관칼럼] 생명이 시작되는 토양
푸른 빛이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행성이다. 지구는 70%의 바다와 30%의 육지로 이루어졌으며, 육지의 표면은 '토양'으로 둘러싸여 있다. 매년 12월 5일은 '세계 토양의 날'이다. 유엔은 인류 생존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토양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보존하기 위해 2013년 11월 제68차 정기총회에서 이날을 기념일로 지정하고, 전 세계의 참여와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토양의 날' 주제를 '생명이 시작되는 토양, 모두의 지구'로 정해 일상생활 속에서 토양보전 실천 캠페인을 추진하고, 기념식을 통해 국민에게 토양 보전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울 예정이다.

토양은 인류 문명이 형성되기 전부터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고, 우리의 삶과 직결된 물과 공기에 비해 그 소중함과 가치가 간과되는 측면이 있다. 비옥한 토양은 대자연에 영양을 공급하고 다양한 생명의 서식처일 뿐만 아니라 탄소 저장, 지하수 함양 및 자원 순환 등 지구 생태계 유지에 중추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토양의 공익적 가치는 281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토양은 산업화 및 도시화로 인해 침식이 가속화되고 점점 오염되고 있다. 한번 오염된 토양은 원래대로 복구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복구하더라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 비용이 소요된다. 또한 유기물이 풍부한 최상층 토양인 표토의 침식은 식량 보급 및 생물다양성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등 토양의 지속 가능성에 위협을 준다.

충남 서천의 옛 장항제련소 부지가 대표적인 사례다. 일제강점기에 설립됐던 장항제련소는 1989년 용광로가 폐쇄되기 전까지 54년간 제련시설을 가동했다. 그 기간 주변 지역에 카드뮴, 납 등 중금속과 유해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했고, 토양오염을 일으켰다. 이에 정부는 2009년 '옛 장항제련소 주변지역 토양오염 개선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10여년간 3300억원을 들여 오염부지 매입과 정화를 실시했다. 환경부는 토양오염으로 인한 국민건강과 환경상의 위해를 예방하고, 토양의 적정 관리를 통해 토양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 전반의 토양오염 추세를 지속적으로 조사하는 등 위해 가능성을 미리 살펴보고 있다. 토양오염을 조기에 인지하고 오염이 확산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염원 목록을 구축하고, 폐광산이나 산업단지 등 오염 우려지역 주변의 환경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땅속의 환경오염 예방 및 정화를 위한 기술개발과 기후변화로 침식이 가속화되고 있는 표토의 보전 관리를 위한 기술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이 토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일상생활에서 토양보전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텃밭 등에 화학농약 사용 줄이기, 쓰레기 분리배출과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등과 같은 우리의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토양이 온전하게 보존되고 토양 생태계가 질서 있게 맞물려 갈 때 토양은 현재와 미래 세대의 삶을 풍요롭고 안전하게 유지해주는 기반이 될 것이다.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토양, 건강한 지구를 위한 토양보전에 국민 모두가 함께 참여하길 기대한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