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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中 '배터리 여권'으로 관리 나서… 韓, 산업표준조차 없다 [위기의 석유화학 구원투수는 순환경제 (下)]

폐배터리·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세계적으로 걸음마 뗀 수준이지만 선제적 제도 마련 물밑경쟁 치열
'2년 뒤에나 신산업 지정'도 논란

EU·中 '배터리 여권'으로 관리 나서… 韓, 산업표준조차 없다 [위기의 석유화학 구원투수는 순환경제 (下)]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이 탄소중립 이행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폐배터리, 폐플라스틱 등 순환경제 관련 기술 및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정부도 관련 관련 기준을 마련하고 제도를 신설하고 있다. 그러나 폐플라스틱 등 순환경제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산업표준이 없는데다, 신규 제조업 지정도 2024년 이후로 계획해 '굼벵이 제도 개선'이라는 비판이 제기 된다.

■폐배터리 사업화 표준 규정없어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초 '이차전지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고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등에 민·관이 공동 대응하기 위한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출범했다.

핵심은 새로운 사용후 배터리 관리체계 마련이다.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의 지자체 반납의무가 폐지되면서 민간이 주도적으로 회수, 유통, 활용하는 관리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통해 내년 상반기 업계 초안을 마련한 후 법제화를 검토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전기차에서 사용된 폐배터리 물량 자체가 적어 국내외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하지만 선제적인 제도 마련을 통해 표준화를 추진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폐배터리 급증에 대비해 배터리 생애주기 관련 이력 등이 포함된 '배터리 여권'을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업체별, 업권별로 표준화되지 않은 폐배터리 기준 등으로 사업화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폐배터리에 대한 명확한 표준 규정이 없는 데다가 수거, 반납 등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사업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아직까지 폐배터리 물량 자체가 많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진 않지만 본격적으로 물량이 늘기 전에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게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신산업 지정은 2년 뒤에나

폐플라스틱, 생분해 플라스틱 등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위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산업부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등 화학분야 친환경 신산업이 표준산업분류 체계 내에서 명확히 정의될 수 있도록 기존 표준산업분류의 정비를 추진중이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생산시설 구축 등에 투자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당 시설의 산업단지 입주 과정에서 표준산업분류 코드 부재로 절차가 지연되는 곳까지 나왔다.

현재 에틸렌, 벤젠 등 석유화학계 기초화학물질 제조업은 석유에 기반한 생산만 표준산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화학업계의 친환경 투자가 점차 확대될 것을 고려해 폐플라스틱의 열분해를 포함한 화학적 재활용, 바이오매스, 탄소포집 활용·저장(CCUS)에 기반한 제조업의 신규추가도 진행중이다.

또 기존 플라스틱 제품 제조업과 구분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품도 신규 제조업으로 검토되고 있다.
2023년까지 관계기관의 의견수렴, 국가통계위원회 검토 등을 거친후 2024년 1월 고시 및 7월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플라스틱 순환경제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확대 등을 고려하면 제도 개선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대표적인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인 열분해유 사업이 아직까지 실증특례를 통해서만 진행되고 있다"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도 있지만 정부의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차원에서도 신속한 제도 개선을 통해 순환경제 활성화에 적극 나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