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추진위 반대 시위
국토부 아닌 현대건설 표적 삼아
회장 자택 찾아 시위 벌이기도
정부 "근거 없는 과도한 우려"
무관한 이웃 주민 고통 초래
정부의 수도권광역급행절도(GTX)-C사업과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유탄을 맞고 있다. GTX-C 선로가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는 것으로 설계되자 해당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현대건설로 향하고 있어서다. 현대건설은 계약서 사인도 안한 상황에서 주민들이 모기업 회장 자택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이어가는 등 수위를 높여 난처한 기류가 역력하다. 국토교통부는 일부 주민들의 선동에 절대 용납하거나 굴복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지만 여진은 지속되고 있다.
28일 국토교통부와 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GTX-C가 단지 지하를 관통하면 지반 붕괴 등 안전성 우려 등이 커진다며 노선 우회를 주장하고 있다. 20년 만에 서울시로부터 재건축 사업이 통과하면서 GTX로 인해 정비 사업이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는 분위기이다.
은마아파트 추진위 관계자는 "GTX 열차 속도는 시속 100~200㎞로 지하화될 경우 안전성 우려는 물론 재산·거주권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예산이 추가로 투입된다는 이유로 노선 우회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역에서 덕정역까지 74.8㎞ 구간을 잇는 GTX-C는 지난 7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추정 사업비는 4조3857억원이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 실시협약 전까지 우회 여부는 물론 우회 선로를 확정할 계획이다. 실시협약 이후에는 사실상 노선 변경이 어렵다.
정부는 단순히 지하를 통과한다는 것만으로 위험하다고 단정짓는 것은 근거 없는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민회관에서 은마아파트 주민과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GTX는 60m 이상 대심도 터널공사이고, 은마아파트 구간은 발파방식이 아닌 첨단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TBM 공법으로 계획된다"고 밝혔다. TBM 공범은 회전 커터에 의해 터널 전단면을 절삭 또는 파쇄해 굴착하는 기계다. 진동 및 소음을 획기적으로 저감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원 장관은 "주택가뿐만 아니라 한강 하저도 통과하는데, 단순히 지하를 통과한다는 사실만으로 위험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GTX-A 예정 노선 중 3개 구간과 서울도시철도 노선 가운데 18개 구간 이상에서 주거지 하부를 통과하고 있다. 철도건설 후 상부에 주택을 재건축한 사례도 12곳 이상이다.
주민 반발이 커지자 정부가 뒤늦게 나섰지만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은마아파트 추진위는 지난 12일부터 모기업 회장 자택 앞에서 노선 수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노선 변경이 이뤄질 때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는 한때 '이태원 참사' 인용해 단지 외벽에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불법 현수막까지 게시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아직 공사 계약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적 연관성이 전혀 없는 모기업까지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있다"며 "다른 우회 노선으로 변경하면 또 다른 민원이 제기될 수도 있는 만큼 추가 우회안을 국토부에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위로 인해 주변 주민들에게도 큰 불편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산권 침해 주장과 지역이기주의 비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면서도 "대규모 기간산업이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변경되거나 장기화되는 사례를 더 이상 만들면 안된다. 피해자는 국민 모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