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수십억 축구팬들의 이목이 월드컵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중동의 카타르에 집중되고 있다. 참가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축구 스타들이 펼치는 멋진 활약에 밤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다. 우리 태극전사들도 이태원 참사로 슬픔에 잠겨 있는 국민들에게 희망과 가슴벅찬 감동을 선사해주길 기대해 본다. 이번 월드컵은 역사상 최초로 동계에 개최됐다. 이유는 중동지역의 무더운 날씨 때문인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 이번 월드컵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카타르 당국은 축구경기장 전체를 거대한 에어컨으로 도배(?)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 에너지 위기와 고물가로 어려운 요즘 초대형 냉방전력을 이상 없이 공급하는 게 간단치 않을 것이다.
카타르의 뜨거운 열기만큼 오늘날 세계는 전 지구적 어젠다인 기후변화 해법을 찾고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주범인 탄소배출은 석유, 석탄,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이들 화석연료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고 줄어든 만큼 다른 에너지로 대체돼야 한다.
현재의 과학기술, 산업 성숙도, 경제적 효용을 갖춘 활용 가능한 무탄소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뿐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시킨 에너지믹스를 현실적 대안으로 삼는다. 우리 정부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자력 활용 확대를 새 에너지 정책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우리나라 지난해 전력생산 비중을 살펴보면(전력거래소, 2021년) 유연탄 34%, LNG 29.2%, 원자력 27.7%, 재생에너지 7.5%다. 여전히 화석연료 비중이 절대적이다. 특히 늘어난 LNG 비중은 예고 없이 불어닥친 유럽발 연료가격 폭등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했다. 우리 산업계와 수출전선에 비상등이 켜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한 유럽과 세계 각국은 자국의 생존을 최우선으로 에너지 플랜을 다시 손보고 있다. 대표적 재생에너지 선도국가인 독일도 원전감축정책 재검토에 나섰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가동 중인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실수'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함께 가야 한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가 현재 나아가고자 하는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로운 믹스 정책은 대단히 시의적절하고 실현가능한 전략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나아가 현재의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은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에너지 리더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우리에겐 자랑스러운 월드컵 국가대표뿐 아니라 'ESG 국가대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일찌감치 세계 탄소중립 시장을 누비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공기업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수출 경험을 토대로 또 다른 기적을 달성하고자 오늘도 중동과 유럽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다. 원전 수출을 통해 지구환경도 지켜내고, 동시에 안정적 에너지 공급도 가능해질 것이다. 월드컵 선전을 기원하면서 한수원도 같은 국가대표의 심정으로 해외에 K-원전을 수출할 수 있도록 태극마크를 가슴에 품고 열심히 뛸 것이다.
윤숭호 한국수력원자력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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