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희 가톨릭대 교수
"거래소 매일 공시로 투명성 확보 보유자·발행자 회계쟁점 진단 필요..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제공 위한 공시 확대가 선제적으로 검토돼야"
사진=김범석 기자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이어 FTX 사태가 연달아 터지면서 가상자산에 대한 회계처리, 외부감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 회계처리 방식, 내부통제에 대한 논의는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했다. 투자자들을 혼란케 하는 가상자산 이슈가 계속 파생되는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크다. 전문가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내부통제, 공시제도 인프라부터 최우선으로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거래소 가상자산 매일 공시해야
안성희 가톨릭대 교수(사진)는 11월30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FTX는 자체 발행코인을 담보 제공해 자금을 조달했다. FTX의 발행코인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FTX는 결국 지급불능 상태가 된 것"이라며 "현재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자체 발행코인이 없으므로 FTX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국내법에서는 거래소의 가상자산 발행을 금지하고 있으므로 FTX의 파산의 주 원인인 자체 발행코인과 관련된 이슈는 적다는 그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안 교수는 "근본적으로 거래소는 고객의 예치금과 고객의 가상자산을 위탁 보관하고 있으므로 고객의 자산이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것이 맞는 지를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거래소는 위탁받아 보관하는 가상자산에 대해 분기별(또는 회계감사시)로 이를 공시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을 다른 목적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매일 공시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코빗이 고객 예치수량과 총 가상자산 수량을 매일 공시하겠다고 발표한 점을 언급하며 "거래소가 보유한 총 가상자산 수량이 고객예치 수량보다 많다는 것을 매일 공시하는 것은 고객자산의 유용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보유·발행자·거래소별 명확한 진단
금융당국도 회계정책 수립에 업계와 머리를 맞대는 노력을 시작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회계지침, 공시기준 확립을 위해 가상자산 보유자, 발행자, 거래소별 이슈와 쟁점을 명확히 진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안 교수가 먼저 (가상자산) 보유자 회계 쟁점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무형자산·원가법 적용 여부다. 그는 "국내 가상자산 보유자는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IC) 지침을 준용해 대부분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고 원가법으로 후속 측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IFRIC는 발행자에 대한 청구권이 없는 코인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특성을 가진 코인에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는 유틸리티 코인(실생활 사용), 증권형 코인, 스테이블 코인 등 다양한 특성을 가진 코인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터라 모든 코인을 IFRIC의 지침대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안 교수는 "가상자산의 공정가치 정보를 중요한 정보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마당에 원가법 적용이 적합한 지에 대한 것도 쟁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재무회계기준위원회(FASB)는 가상자산 공정가치평가를 도입하고 발표했다.
발행자 이슈는 더 복잡하다. 가상자산 발행자는 코인을 발행하고 보유도 하고 있어 발행자와 보유자 회계가 혼합돼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발행자는 발행한 가상자산을 유동화할 뿐만 아니라 종업원에게 지급, 에어드랍(air drop), 용역대가로 지급하는 등 다양한 거래를 하고 있다. 이때문에 거래마다 회계처리에 대한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수합병(M&A)도 발생하면서 리저브 코인의 가치평가 또한 쟁점 사항이다.
안 교수는 "발행자의 코인 관련 거래는 다양하게 파생되고 있다"면서 "개별적인 회계지침을 만들기보다는 다양한 거래별 회계처리사례를 수집·공유해 발행자의 회계정책 수립에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회계지침보다 공시체계 확립부터
안 교수는 회계지침보다 공시 체계가 먼저 바로 정립돼야 하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IFRIC의 지침 발표 이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큰 움직임이 없고 회계기준을 자체적으로 만들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가상자산 거래의 다양화 및 발전속도를 감안하면 선제적으로 검토돼야 하는 것은 회계지침보다 공시"라고 말했다.
회계지침을 새로 마련하기보다는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공시 개선이 선제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보유코인의 종류와 수량, 보유코인의 사용목적, 공정가치 변동위험 등의 공시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거래소는 회계 이슈보다 고객 위탁자산의 보호를 위한 공시방안 마련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발행자들도 코인 관련 공시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시 항목으로는 △발행한 토큰의 성격 △사업모델 △계약상대방에 대한 의무 △회계정책 및 회계정책에 대한 판단기준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안 교수는 "가상자산을 발행·보유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나 기업들이 가상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사용 목적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이 드물다"면서 "기업과 투자자 간에 정보비대칭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정보 비대칭은 회계투명성을 저해한다"면서 "가상자산과 관련한 회계기준 공시 강화는 회계투명성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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