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처벌서 자율예방으로 정책 전환
내년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사고방지 노력 따져 책임묻기로
재계 " 명확한 기준부터 나와야"
정부는 근로자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산업안전정책 기조를 기존 사후처벌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위험성 평가 의무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300인 이상 대기업에 대해 '위험성 평가 의무화'를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재계는 '옥상옥 규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11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사전예방체계 확립 △중소기업 등 중대재해 취약분야 집중 지원·관리 △참여와 협력을 통해 안전의식과 문화 확산 △산업안전 거버넌스 재정비 등 4대 전략과 14개 핵심과제로 이뤄졌다.
특히 '자기규율(자율) 예방체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규범·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위험요인을 발굴·개선하는 '위험성 평가'가 핵심이다. 노사가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맞춤형 개선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되,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300인 이상은 내년에, 300인 미만은 업종·규모별로 2024년부터 적용을 확대한다.
핵심과제에 산업안전보건 법령·기준을 정비해 기업이 핵심사안을 지키지 않으면 처벌이 가능하도록 유지하지만, 유연한 대처가 필요한 사항은 예방규정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구체적 개선대책이 없고 오히려 상습·반복, 다수 사망사고 등에 대한 처벌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그동안 지적된 불확실성과 과잉처벌에 대한 개선방향은 명확하지 않고, 경제적 제재까지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처벌 중심 감독이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도 "법 시행 후 사고는 9건 줄었지만 사망자는 8명 증가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기업 현장의 의견이 반영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위험성 평가 의무화가 도입되면 기업에 대한 '옥상옥' 규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위험성 평가의 의무화는 기존 산안법과의 중복규제 정비, 산업현장 인프라(위험성 평가 실시인력 확보 등) 구축, 자의적 법 집행 방지를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 감독관의 전문성 확보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또 다른 규제에 불과할 뿐"이라며 "정부가 빠른 시간 안에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계는 노사 책임에 기반한 자기규율과 예방역량 향상 지원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을 표시했다.
정부는 로드맵을 통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4위(0.43)에 그친 사망사고 만인율을 2026년까지 OECD 평균(0.29)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사망사고 만인율은 근로자 1만명당 산재 사망사고자 수를 의미한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김현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