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화물연대 총파업 리스크를 진화하기 위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주 시멘트 운송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후 시멘트·컨테이너 물동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집회 참여 인원도 줄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정유,철강 등 산업 전반으로 물류대란이 확산되면서 정부는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시사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여전히 강경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주말에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화물연대 파업 연대를 결의하는 등 노정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정부가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이후 컨테이너와 시멘트 물동량이 점차 회복되는 추세다. 전국 12개 주요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업무개시명령 발동 전인 지난달 28일 27%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명령 직후인 지난달 29일 43%로 올라선 뒤 30일 52%, 12월 2일 69%, 12월3일 63% 등으로 회복세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반출입량은 평시 대비 33%다. 이는 전주(11월27일) 반출입량의 1.5배 수준이다. 반출입량 규모가 가장 큰 부산항의 경우 반출입량이 평시 대비 80%까지 회복했다. 지난 3일 기준 시멘트 운송량은 8만4000t으로, 평년 토요일 운송량(10만5000t) 대비 80%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정부는 시멘트 분야 업무개시명령 이후 비조합원들의 복귀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일부 조합원들도 업무에 돌아와 물동량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실제 화물연대의 주말 총파업 집회 참여 인원은 줄고 있는 양상이다. 국토부는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 2900명이 전국 130여 곳에서 집회를 벌이거나 대기할 예정인 것으로 집계했다. 정부가 추산한 지난 일요일 집회 참여 인원 4300명에 비해 32% 줄어든 규모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국내 산업의 전방위적인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석유화학과 철강업계의 물류차질 규모가 각각 1조원을 넘어서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재고량 품절로 문닫는 주유소들도 늘면서 국민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은 강대강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 반발이 한층 거세지고 있어서다. 핵심 조건으로 내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가 달성되지 않는 한 운전자들의 위험을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화물 운송 노농자들의 낮은 임금이 위험으로 직결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서울과 부산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화물연대 총파업 지지를 선언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화물노동자 생계를 볼모로 노예의 삶을 강요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목줄을 채우려 하고 있다"며 업무개시명령을 '계엄령'에 비유했다.
정부는 화물연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대응과 관련한 관계장관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유(탱크로리), 철강 등 분야에 대한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필요성 등에 대해 논의했다.
국토부는 5일부터 화물차주들의 운송 재개 여부를 확인하는 2차 현장 조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화물차주가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에 통보해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앞서 시멘트 운송거부자 파악을 위한 201개 운송사 현장 조사를 완료하고, 운송을 거부한 화물차주 791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 사태가 노조 파업이 아닌, 사업자 간의 담판으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지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공주택 입주 지연이 우려된다며 피해시 손해배상청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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