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전 서울 도심의 한 주요소에 휘발유 재고 소진으로 인한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화물연대 파업이 15일째 이어지면서 정부가 석유화학·철강업계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자 업계가 "가동 중단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며 안도했다. 다만, 석화·철강업계는 화물연대 기사들이 행정명령에도 조속한 복귀를 거부해 운송 지연이 길어지면 다음 주부터 생산량 감축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끝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생산 줄일 판이었는데" 업계 안도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이날 시멘트에 이어 2차로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건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다른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석화업계는 '급한 불을 껐다'는 반응이 나왔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화학사 중 일부는 파업이 3~4일 더 지속됐다면 실제로 공장 가동률을 줄여야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장 가동률 조정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화학사들에는 치명적이다. 정부와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석유화학산업 출하차질은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파업 장기화로 공장가동 중단까지 이어졌다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었던 셈이다. 석화사들은 그동안 쌓인 재고들을 서둘러 출하할 예정이다. 한 대형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그동안 제품 출하가 안돼 야적 장소를 추가로 찾고 있었는데 업무개시명령이 떨어진 것은 다행"이라며 "상황이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운송이 막혀 가동 중단까지 우려했던 철강업계도 한시름 덜었다. 일부 화물연대 비조합원들이 지난 6일부터 운송에 합류하면서 주요 철강사들은 철강제품의 부분 출하가 이뤄졌다. 그동안 국내 주요 철강업계는 제때 출하하지 못한 재고를 쌓을 곳이 부족해 '생산량 조절'까지 고려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창고가 만적에 가까이 물량이 쌓여있었다"며 "몇 주간 더 파업이 장기화됐다면 제품을 창고가 아닌 곳에 쌓아두는 야적은 물론 생산 중단까지도 걱정하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포스코의 경우 화물연대 파업 이후 11월에만 하루에 2만7000t, 12월에는 2만6000t 가량의 출하 차질을 빚었지만 지난 6일부터 부분 출하로 하루 1만3000t가량의 물량이 운송됐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의 경우에도 파업 이후 일평균 5만t이 출하되지 못했으나 지난 7일부터 50% 가량이 부분 출하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2만t 가량이 출하 영향권에 있었지만 현재 일부 물량의 근거리 출하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정부는 철강업계의 출하 차질 규모를 1조30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철강업계는 업무개시명령으로 출하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으로 출하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속하게 정상 출하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정부가 강제로 한 것이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은 양사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 다시 파업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중요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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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는 정상화 수순...품절 주유소 감소
정유업계는 전체적인 수급상황과 기사들의 업무 복귀 등이 양호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업무개시명령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5일 96곳까지 발생했던 휘발유 품절 주유소는 7일 오후 2시 기준 78개소로 줄었다. 특히 같은 기간 전국의 휘발유 품절 주유소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57.2%에서 47.4%로 9.8%p 줄었다.
이와 관련해 정유업계는 정유 대리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 대리점은 평소에도 전국 석유제품 운반의 40% 정도를 책임지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보유한 탱크로리도 있어 정유사들이 협의를 통해 임시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저유소에서 출하되는 기름의 양은 평소의 50% 이상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확히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파업 초기와 비교해서) 출하량이 절반은 훨씬 넘는 상황"이라며 "기사들의 업무 복귀도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지역 석유제품 수급도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송파 지역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오전에 휘발유가 없던 상황은 맞았다"면서도 "본사에서 오후 배차를 잡아줘서 휘발유 판매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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