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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밖을 나온 공예가의 손, 현실에 악수를 건네다

양태오 총감독 "공예 페어 통해 공예가와 현실의 담론 연결"
국내 최대 공예 축제·박람회 '2022 공예트렌드페어' 개막
삼성동 코엑스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진행

[파이낸셜뉴스]
작업실 밖을 나온 공예가의 손, 현실에 악수를 건네다
공예트렌드페어 양태오 총감독이 8일 열린 '2022 공예트렌드페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제공

"시스템적으로 (회화) 작가들은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는 편이다. 갤러리 시스템이 작가들의 이야기를 대변해 주고 대신 해주기 때문이다. 반면 공예는 이 부분이 부족해 올해 페어에서는 '서사(이야기)'에 치중해 공예의 담론을 만들고, 현실과 공명하고자 했다."
국내 최대의 공예 축제이자 박람회인 '2022 공예트렌드페어'가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을 주제로 8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공예트렌드페어 총감독을 맞은 양태오 디자이너는 이날 개막식 행사에서 주제관의 공간 컨셉에 대해 설명하며 '공예'와 '현실'에 '이야기'를 통해 다리를 놓고 싶다고 말했다.

양 총감독은 페어의 팸플릿에도 "말없이 작업에만 몰두하는 공예가의 모습처럼 미술 또는 디자인에 비해 유독 그에 담긴 의미와 가치에 대한 자기 설명이 부재한 공예를 대신해 이번 공예트렌드페어가 다양한 담론들이 이루어지는 장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작업실 밖을 나온 공예가의 손, 현실에 악수를 건네다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C홀에서 개막한 '2022 공예트렌드페어' 행사장 모습 / 사진=이환주 기자

올해 박람회에는 공예작가, 화랑(갤러리), 공방, 기관 등 총 331개사가 참여했다. 삼성동 코엑스 C홀에 마련된 전시관은 크게 △주제관(42곳) △갤러리관(20곳) △브랜드관(221곳) △창작공방관(64곳) △대학관(17곳) △공진원 사업관(9곳) 등이 마련됐다.

'현실의 질문, 공예의 대답'을 주제로 한 주제관에는 총 42팀의 공예작가가 참여했다. 주제관은 다시 3개의 소주제로 구성됐는데 △획일화된 일상(지역성과 전통성의 재해석) △인간성 상실(공예가의 손) △자연과 환경(지속가능한 소재)이다.

양 감독은 "사실 현재 대부분의 공예가들의 작업이 전통과 지역성, 손에 의한 수작업, 친환경 등 3가지 주제를 모두 관통한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의 한 켠에는 공예가, 전문가는 물론 이번 페어의 홍보대사인 가수 이승기 등으로부터 추천 받은 입문자를 위한 공예서적 17권이 전시돼 있다.

작업실 밖을 나온 공예가의 손, 현실에 악수를 건네다
'2022 공예트렌드페어' 행사장 전시작품 / 사진=이환주 기자

2006년 첫 개최를 시작으로 올해 17회를 맞는 공예트렌드페어는 국내 최대의 공예 전문 박람회다. 공예 산업 활성화는 물론 공예의 저변을 대중에게 확대하고, 공예품 수요자와 작가가 만나는 판매의 장이 되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해 참가 지원자팀이 40% 증가했다.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은 "코로나19 기간 중인 지난해 '총감독 제도'를 신설해 페어의 정체성과 주제의식 등을 통일했다"고 말했다.

작업실 밖을 나온 공예가의 손, 현실에 악수를 건네다
'2022 공예트렌드페어' 행사장 전시작품 / 사진=이환주 기자

올해는 페어가 진행되는 4일 동안 오프라인 현장에 총 8만명이 방문해 21억원의 거래를 발생시키는 것이 목표다. 실제로 전시관 한 편에는 작업실 속 인간문화재의 작품과 디자이너가 협업해 현대적인 작품으로 전시, 판매하는 공간이 마련됐다. '전승공예품 디자인개발(협업) 지원 사업'으로 국립무형유산원, 한국문화재재단이 협업해 국가무형문화재 전승자와 디자이너가 협업한 옷칠, 칠기와 유기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현장에서 구매도 가능하다.

△‘갤러리관’에서는 전문 갤러리와 문화예술기관의 수준 높은 작품을 전시, 유통하고 △‘브랜드관’에서는 공예기업과 공방들의 시장성 있는 공예품을 선보인다. △‘창작공방관’에서는 역량 있는 공예작가의 참신하고 독창적인 공예품을 전시한다. △‘대학관’에서는 대학·대학원생의 창의적인 공예품을 전시하고, △‘공진원(KCDF) 사업관’에서는 공진원의 다양한 사업 결과물을 소개한다.

작업실 밖을 나온 공예가의 손, 현실에 악수를 건네다
'2022 공예트렌드페어' 행사장 전시작품 / 사진=이환주 기자

'예올과 샤넬 프로젝트' 올해의 젊은 공예인에 선정된 유남권 작가는 "저도 2014년과 2015년에 페어 '창작공방관'에 지원했었다 떨어지기도 했다"며 "2019년 처음 창작공방관에 선정돼 페어에 나오고 공예인으로서 데뷔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공예인에게 이 페어가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되고 중요한 행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대학관'의 부스에서는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 관람객을 상대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 갤러리관에서 작은 소품을 담을 수 있는 칠기 목재 작품이 수백만원대 가격임에도 현장의 관람객에게 판매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올해 페어는 해외홍보 전문가를 위촉해 유럽, 미주, 아시아의 공예 관련 해외 기관과 단체, 매체 약 500곳을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펼쳐 작품 거래는 물론 사후 협력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이날 유튜브 이광기 채널에서는 오후 3시부터 90분간 '라이브 경매쇼'도 진행했다.

지난해 반응이 좋았던 전문가 12인의 특별 안내원(도슨트) 행사도 4일동안 진행된다. 도슨트로 나서는 전문가는 구선숙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장(9일), 김준용 청주대 고예디자인학과 조교수(10일), 노희영 전 CJ제일제당 마케팅부사장(11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나선다.

김태훈 공진원 원장은 “이번 공예트렌드페어가 유통과 교류의 장으로서 다채로운 공예작품들을 통해 일반 관람객들께도 깊은 영감을 주는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