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아바타:물의 길, 영화의 한 장면.
'2만4000원, 192분을 투자해 2022년 현재 서울, 아니 지구에서 이보다 더 재미있는 즐길거리를 찾을 수 있을까?'
지난 8일 서울 코엑스 내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3D(3차원) 돌비' 상영관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역작 '아바타: 물의 길'을 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9000원짜리 제육덮밥을 먹으면서도 김밥천국과 동네 백반집의 가격과 양을 비교하고, 스타벅스에서는 원가율을 고려해 차 메뉴 보다는 블론드 메뉴를 선호하는 '극한의 가성비충'인 기자지만 '아바타: 물의 길'을 보는 내내 2만4000원을 투자해 이 보다 더한 만족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이 보다 2배, 3배의 돈을 더 내더라도, 2배 3배의 시간을 더 태우더라도 이 영화를 넘어서진 못하리라. 영화라는 장르를 초월해, 연극, 뮤지컬, 전시, 서커스, 스포츠를 통틀어서 비교해도 당분간 이 영화의 가성비를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러닝타임 3시간12분 "지루할 틈이 없다"
192분의 러닝타임이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칠 뻔했다. 클래식 공연이 끝나고 옆 사람을 기계적으로 따라 하는 것과 달리, 감독에 대한 경외와 CG작업을 위해 갈려 나갔을 수많은 영화 관계자들에게 진심을 담아.
영화를 본 뒤 지인들에게 '아바타:물의 길'은 "꼭 동네에서 가장 좋은 시설의 극장에서 보라"고 권했다. 시사회가 이뤄진 상영관은 현존 메가박스 최고의 상영관이다. 조잡한 3D 영화를 볼 때 몰입감이 떨어지는 경험을 여러번 겪었지만 해당 상영관의 3D 영상은 평면의 스크린이 아닌 깊이와 원근감이 느껴지는 입체적인 느낌이었다. 주인공 캐릭터가 관객석을 향해 수영을 치는 장면에서는 손을 뻗으면 그 캐릭터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아바타2'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지난 9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혁신을 위한 미래대화'에서 김용하 감독과 대담을 하고 있다. /뉴스1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199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1993년) 디즈니의 '라이온 킹'(1994년) 등은 당시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시각적 충격을 선사했다. 바람에 날리는 사자(심바)의 털 하나하나를 모두 손수 작업해 사실감을 살렸다는 설명은 '자본'의 힘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환상 비주얼·감동 메시지 '13년 만의 귀환'
14일 개봉하는 아마타 2가 역대 최고 흥행 수익을 기록할지도 관심이다.
13년전 개봉된 '아바타'는 전 세계적으로 28억4700만달러(약 3조6000억원)을 벌어들이며 역대 최고 흥행 수익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에 개봉하는 '아바타:물의 길'의 초당 제작비는 2억3000만원이라고 알려졌다. 실제로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바닷속 장면의 경우 아무 장면이나 랜덤하게 잘라서 '15초짜리 영상'으로 만들면 곧 바로 최신형 TV의 CF 화면으로 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살면서 가장 오감을 충족시켰던 추억 중 하나는 말레이시아의 어느 강 위에서 보트를 타고 반딧불이 투어를 했던 경험이다. 초록색 형광팬의 끝 부분을 잘라 놓은 것 같은 작은 반딧불이들이 나무를 건드릴 때마다 수십, 수백개의 점이 돼 튀어오르는 장면은 반쯤은 현실이 아닌 것처럼 아름다웠다. '아바타: 물의 길'을 보다 보면 반딧불이 투어, 아쿠아리움에서의 추억, 영화 메트릭스와 같은 현실과 꿈의 경계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시각적 충격들이 무궁무진하다.
이상이 '아바타:물의 길'에 대한 시각적인 충격에 대한 부분이다. 영화의 재미를 좌우하는 서사와 캐릭터, 갈등 구조도 기대 이상이었다.
대형 자본이 투입된 영화들이 으레 '안전한 선택'에 치중해 식상한 서사와 예측 가능한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과는 달랐다. 약 100분 동안 손에 땀을 쥐게 했던 각본없는 드라마, 한국과 포르투갈의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의 감동과 재미, 그 이상이었다. 영화를 보기 전이라면 두 가지 팁이면 족할듯 싶다. 되도록 예고편이나 스포일러를 보지 말고 갈 것. 콜라나 커피는 영화를 보기 전 가급적 피할 것.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