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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노조가 먼저 제안한 전환배치… 전기차·IRA 대응 속도 [노동 유연성 높이는 현대차]

노사 "사내 복지 차원" 선그었지만 향후 규모 늘려 상시적으로 바뀔듯
전기차 대전환 앞둔 완성차업계에 인력 재배치 문제 돌파구될지 관심

[단독] 노조가 먼저 제안한 전환배치… 전기차·IRA 대응 속도 [노동 유연성 높이는 현대차]
현대자동차 노사가 매년 국내공장 인력에 대한 전환배치를 제도화하면서 향후 완성차 업계의 인력구조 재편과 맞물려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완성차 업계에선 인력 전환배치 문제가 노사 간 첨예한 갈등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현대차 노조가 먼저 제안해 성사된 인력 전환배치 제도화라는 새로운 실험이 전기차 대전환기를 앞둔 완성차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상시 전환배치 물꼬 틀지 관심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임직원 수는 7만2496명이다. 이 중 기술·생산·정비직 인력은 3만4754명이다. 다만 올해는 전환배치 시행 첫해인 만큼 소규모 이동만 하고, 향후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인력 전환배치 제도는 노조가 먼저 제안해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복지 제고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차 측도 "사내복지 차원에서 희망자에 한해 시행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일각에선 인력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시적 전환배치의 물꼬를 튼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는 울산, 전주, 아산 등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국내공장 생산대수는 162만231대에 달한다. 작년 전 세계 판매량 389만981대 중 42%가 국내에서 생산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해외생산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는 있지만 결국 국내 생산성이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선 생산인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동안 현대차를 포함해 완성차 공장의 전환배치는 매우 제한적 상황에서만 이뤄졌다. 현대차는 최근 버스나 트럭 등 상용차를 주로 만드는 전주공장이 일감 감소로 어려움이 가중되자 일부 인력을 울산공장과 기아 광주공장 등으로 전환배치한 사례가 있다. 다만 이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지역 간 이동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전기차 대응 인력재편 속도

자동차 산업의 구조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는 점도 당면과제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은 50%, 인력은 30% 적게 필요한데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 사실상 경쟁력을 잃게 된다. 아직 현대차는 노조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인위적 구조조정 대신 신규인력 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하지만 경직된 생산구조가 이어진다면 이 같은 방식을 계속 유지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미 GM과 포드 등은 수년 전부터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국내공장 생산이 더욱 줄어들 여지는 높아졌다. 현대차는 IRA 대응 등을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는다. 2025년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연간 30만대 규모를 생산키로 했다. 아울러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도 세운다. 유럽연합(EU) 등도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을 추진하며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의 경우 울산공장 내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만든다. 본격 양산은 2025년부터 이뤄질 예정이다.
앞으로 내연기관차 생산량이 본격적으로 줄고 전기차 생산비중이 높아지면 인력 재배치 문제가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제도 시행으로 전환배치 등이 활성화되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형태로는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가 어렵다"며 "경직돼 있는 인력의 전환배치 등을 통해 유연성을 높이고, 대립적 노사 관계에서 벗어나 상생적인 관계로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