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학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선부 명장
공정 차질에 사처리장 방식 고안
36년간 쌓은 기술로 복구 앞당겨
'K-내화물 건조법' 개발해 품질↑
선후배 서로 본받으며 성장할 것
"이번 힌남노 태풍은 주인의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힘을 모아 마침내 위기를 극복해 내는 모습이 바로 포스코의 저력 아닐까요."
김수학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선부 명장(사진)은 26일 태풍 힌남노로 수해를 입은 포항제철소의 복구작업에 참여했던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김 명장은 1986년 포스코 입사 후 36년간 줄곧 포항제철소 제선부에서 근무하며 고로 조업과 개수 품질 향상, 내화물 관련 기술 개발 등을 이끌어왔다.
특히 그는 이번 태풍 피해 때 모래밭에 쇳물을 부어 고철로 만드는 '사처리장' 방식을 고안해 복구에 힘을 보탰다. 지난 9월 냉천이 범람하면서 고로에서 생산된 대량의 쇳물을 처리하는 이후 공정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소는 대량의 쇳물을 처리하는 사처리 작업을 운영해본 경험과 인프라가 전혀 없었죠. 물난리에 마른 땅을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도 후배들에게 '주인의식'을 강조해온 그는 직원들과 힘을 모아 기적처럼 임시 사처리장을 만들었다. 8000t의 모래를 긴급 구매해 대형굴삭기, 비상발전기, 소방차 등 수많은 장비를 동원했다. 그 덕분에 제강 공정이 복구되기 전까지 고로의 숨통을 틀 수 있었다.
아울러 그는 내화물 열풍건조장치 관련 대한민국 특허를 보유하는 등 고로 내화물 시공·건조 분야에서도 최고 기술자다. 내화물이란 고온을 견딜 수 있는 화학적으로 안정된 비금속 무기재료다. 쇳물을 흘려보내는 통로의 철피 내부에 시공해 고온에서도 설비의 손상 없이 쇳물을 안정적으로 이동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는 내화물 품질을 높이기 위해 50년간 포항제철소가 유지해온 '직화식' 내화물 건조방식 대신 '열풍 건조방식'을 적용시켰다.
브라질 CSP제철소에 파견근무 갔을 당시 알게 된 열풍 건조방식을 국내 상황에 맞게 개발했다. 브라질 현지에 유사설비를 공급했던 국내업체 전문가를 섭외해 수없이 미팅을 진행하고 연구를 거듭했다. 결국 포스코형 내화물 열풍 건조장치 3종을 개발했을 뿐 아니라 전사에 확대 보급하고 품질·원가·환경·안전 등의 부분에서 성과를 거뒀다. 맡은 일에 끝을 보는 그의 집요한 성격이 다시 한번 빛난 순간이었다.
김 명장은 "내화물을 설비 구조에 맞게 시공하고 건조하는 작업은 아주 까다롭고 CSP에서 기술공유를 받기도 어려웠다"며 "개발에 성공하는 순간 새롭게 뿌리내릴 땅과 임무를 찾은 듯 마음이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포스코가 영속기업이 되기 위한 숙제도 언급했다. 그는 "선배들은 후배 세대의 사고를 수용하고 인정하면서 좋은 전통은 이어가야 한다"며 "바꾸려고만 하지 말고 변화하는 세상에 바뀔 수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침수 사태 때 선후배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달려든 것처럼 한마음으로 헤쳐갈 수 있다면 포스코가 영속기업으로 성장해나가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