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사진은 2021년에 펼쳐진 2020 도쿄 올림픽 야구대표팀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2023년 한국야구가 거대한 그리고 운명적인 시험대에 선다.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침체’와 ‘도약’의 기로에 서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에는 3월 개막하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이어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11월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로 이어진다.
역대로 1년에 3개의 국제대회가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한국야구, 사상 첫 1년에 3개 국제대회 참가
2017년 3월 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A조 한국과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5-0으로 패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 /뉴시스
한국야구는 2000년대 초반 일본 야구를 국제무대에서 압도하며 폭발적으로 부흥했다. 2006년 1회 WBC에서 이승엽의 홈런포로 이치로의 일본과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미국을 연파하며 4강에 올랐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는 전승 우승(금메달)을 달성했다. 2009년 2회 WBC에서는 다르빗슈 유와 이치로가 버틴 일본을 상대로 준우승을 달성했다. 한국 야구는 폭발적으로 부흥했다. 소위 ‘베이징키드들’이 현재 프로야구를 이끌고 있는 젊은 세대다.
하지만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2013년과 2017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탈락에 2020 도쿄올림픽 노메달까지 한국 야구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은 새로운 도전이자 두려운 도전의 연속이다. 학폭, 음주 운전 등 수많은 사건 사고로 얼룩진 한국 야구의 어두운 단면을 일거에 날려 버릴 수 있는 기회다. 한국축구가 잇따른 일본전에서의 패배를 카타르 월드컵 16강 한 번으로 반전시킨 것과 마찬가지다.
WBC, 사상최강 사무라이 재팬과 진검승부
일본 야구대표팀 '투타겸업' 오타니 쇼헤이. /뉴시스
일본 야구대표팀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 /AP뉴시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역대 최정예 전력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대표팀도 긴장할 정도의 진용이다.
일본은 최근 오타니(28·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다르빗슈 유(36·샌디에이고 파디러스)에 이어서 스즈키 세이야(28·시카고 컵스)도 참가를 천명했다. 최근 뉴욕 메츠와 5년 7천500만 달러에 계약한 우완 강속구 투수 센가 고다이(29)도 합류한다. 5년 9천만달러에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일본 최고의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29·보스턴 레드삭스), 일본인 어머니를 둔 외야수 라스 테일러-다쓰지 눗바(25·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마찬가지다.
일본 국내파 중에서는 164km/h의 스피드를 자랑하는 사사키 로키(21·지바롯데)도 나선다. 일본리그에서 56개 홈런을 기록한 무라카미 무네타카(22·야쿠르트 스왈로스)도 있다.
키움 타자 이정후. /연합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내야수 토미 현수 에드먼(오른쪽)과 어머니인 곽경아 씨. /에드먼 인스타그램 캡처
하지만 한국은 안우진(키움)이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투수 쪽에서 누수가 있다. 이의리(기아), 소형준(KT), 구창모(NC) 등 젊은 패기에 기댈 수밖에 없다. 맏형 김광현(SSG)의 노련함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제무대에서 중요성이 강조되는 정우영(LG), 고영표(KT) 등 언더·사이드의 활용도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구 수 제한이다. WBC에서는 투수 1명이 조별리그에서는 65구, 8강전에서는 80구까지만 허용된다. 효과적인 이어던지기 운용이 필수다.
타자 쪽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 메이저리거들이 앞장선다. 4번타자 최지만(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을 비롯해서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애드먼(세인트루이스)이 선두에 선다. 여기에 KBO 5관왕 이정후(키움)와 거포 나성범(KIA)이 지원 사격에 나선다.
최정(SSG), 양의지(두산), 오지환, 박해민, 김현수(이상 LG) 등 베테랑들도 힘을 보탠다.
한편, 한국은 WBC에서 일본, 중국, 호주, 체코와 B조에 편성됐다. 1라운드는 3월 9일부터 13일이며, 3월 15일~16일이 2라운드(8강)이다.
숙명의 한일전은 3월 10일 오후 7시에 도쿄돔에서 열린다. 1라운드와 2라운드는 모두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다. 4강과 결승은 미국에서 진행된다. 반드시 2라운드를 통과해야만 미국 마이애미 땅을 밟을 수 있다. 4강전은 3월 19일~20일, 결승전은 3월 21일 펼쳐지게 된다.
아시안게임·APBC, 병역혜택·젊은세대 발굴 기회
KIA 선발투수 이의리. /연합뉴스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 /연합뉴스
WBC가 현재라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APBC)는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를 위한 대회다. 한국야구의 중흥기를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회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병역 문제가 걸려있다.
선발 10승 좌완 이의리, 132억 구창모, 2년 연속 30SV 정해영, 대한민국 최고 마무리 고우석, 최고의 중간계투 정우영, 거포 3루수 노시환, SSG 랜더스 주전 유격수 박성한, 삼성의 젊은 에이스 원태인 등이 병역 혜택이 걸려있는 특급 영건들이다.
다만, WBC에서의 성적이 중요하다. WBC에서 좋은 성적이 나와야 아시안게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 늘 아시안게임은 수많은 선발 논란이 있어왔다. 자칫 병역이 걸린 대회만 열심히 한다는 여론이 조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대회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출전할 예정이고, KBO 리그도 중단없이 정상적으로 운용이 된다.
한편, 첫 대회가 개최된 2017년 이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APBC는 6년 만에 2회 대회가 개최된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만든 국가대항전이다. 2회 대회는 호주가 참가하면서 총 4개국으로 구성된다.
11월 16일부터 19일까지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다. 풀리그를 거쳐 1~2위 팀이 결승전, 3~4위 팀이 3위 결정전을 치른다.
대회 참가 대상은 24세 이하(1999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또는 프로 입단 3년 차 이하의 선수, 와일드카드 3명 등 총 26명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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