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ssion 시대의 해법...현실-가상 융합 블렌디드 경영
비대면 흐름 타고 전방위 확산
IT·문화·금융업종 등 앞다퉈 활용
재택근무·온라인교육뿐 아니라 제조·원격의료에 쓰이며 시장 확대
메타버스 시장이 확장되면서 기업들도 시공간을 초월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크리에이터 중심 메타버스 생태계 확대를 위한 경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제페토에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SKT 시몬스 제공
#. 정보기술(IT) 업체 A사는 지난해 말 송년회를 메타버스 플랫폼인 '게더타운'에서 진행했다. 직원 100여명 참여했다. 메타버스 송년회는 2020년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진행했는데 20~30대 직원들에게 반응이 좋았다. 회사까지 오는 품을 들이지 않고 음주도 선택 사항이 돼서다. 가상공간 리모델링 비용 외 대관, 음식 준비에 돈이 안 들어 효율성도 높다.
메타버스는 명실상부 우리 사회 중심부로 진입했다. 이격된 공간이 아닌 가상을 곧 현실로 만들며 산업·의료·금융·교육 등 각 업계에서 놓칠 수 없는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성장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아직 대중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넘어서야 할 법적·기술적 제약도 적지 않다. 사이버 범죄가 급속도로 퍼지는 토대가 될 수 있단 어두운 이면도 개선해야 할 지점이다.
■'메타버스' 곳곳에 스며들었다
1일 산업계에 따르면 산업 곳곳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각종 형태로 도입·적용하고 있다. 단연 IT 회사가 최전선에서 확장을 주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인 '이프랜드(ifland)'에서 모임, 소득 창출, 상품 거래 등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세상에서 이뤄지는 생활이 가능토록 지원한다. 한진은 업계 최초로 가상 물류공간을 만들었다. 이름은 '로지버스 아일랜드'다. 업무협약(MOU) 체결, 내부 소통을 돕고 해상운송·택배 등 테마관을 운영해 회사가 추구하는 물류 세계를 체험토록 한다. 이 곳이 조성된 '제페토'는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대표적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전 세계 200여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3억명이 훌쩍 넘는 이용자를 거느리고 있다.
금융·증권업계도 메타버스를 받아들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2021년 9월 증권사 가운데 처음 제페토에 메타버스 지점을 설립했다. 교보증권도 뒤를 이었다. 유진투자증권(챔피언스라운지 메타버스 지점), 한국투자증권(스페이스 한투), 한화생명(라이프플러스 타운) 등도 동참했다.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다. 세종사이버대는 메타버스 활용 교육 전문가 자격증 과정을 개설했다. 청주대는 LG유플러스와 협업해 대학 전체 구성원이 활용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에 돌입했다.
■"2030년 메타버스 시장 5조 달러"
메타버스 산업을 향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증권(비햅틱스), 한국투자증권(와이드브레인), NH투자증권(레드브릭) 등은 시리즈투자에 참여하는 형태로 메타버스 업체들에 각각 출자했다. 개인도 메타버스에 베팅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는 지난 한 해 동안 '로블록스'를 1억2000만달러(약 1545억원)어치 넘게 순매수했다.
기업들도 '블렌디드 경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횡(시간)과 종(공간)을 초월한단 특성을 활용해 기계산업, 문화(공연·전시), 레저, 의료 등에서 수익 극대화에 쓰인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대체재로서 태동했으나 이제 따라가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다. 더 이상 자신을 표상하는 캐릭터를 다루는 데 그치는 '10대 놀이터'가 아닌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2030년 메타버스 시장 규모를 5조달러로 점치기도 했다.
박형곤 한국 딜로이트 그룹 TM&E 부문 리더는 "비대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 가속화는 시작됐다"며 "메타버스 활용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경험한 기업들 채택이 늘면서 산업 침투율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익환 SK텔레콤 메타버스개발담당은 "메타버스 내 사회·경제활동이 현실과 같은 수준으로 인정받고 재화·서비스가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며 "두 세계를 연결할 강력한 사업모델과 고객 체험요소의 안정적 운영 역량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6G 확대-범죄악용 차단 등 안전망 필요
메타버스가 완전히 상용화됐다고 단언하기엔 이르다. 아직 일반 이용자에겐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고 사업적 활용도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상 오는 2030년으로 예상되는 6G 사용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메타버스가 산업 차원에서 적용될 경우 물리적 현실과 디지털 공간을 묶을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이 요구된다"며 "망 속도가 수십배 증가해야 하고 공장이나 원격 의료 등에서 속도·조작 지연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형곤 리더 역시 "일괄적인 블렌디드 방식 적용 및 확대보다는 세부 영역별로 비용과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며 "메타버스를 무조건 추종하기보다 명확한 지향점을 세우면서 기술 및 사용자경험(UX)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유형 범죄가 기생하는 터전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풀어야 할 숙제다. 확장성이 뛰어난 만큼 제약 없이 불어날 수 있다. 개인정보·시스템 탈취, 플랫폼 조작, 사이버 성폭력·금품 갈취 등이 그 사례다.
특히 어린이나 노년층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만큼 취약계층 보호책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발표한 '메타버스 윤리원칙'이 있긴 하나 강제성이 없다.
김 교수는 "개인이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하거나 비윤리적·불법 행태를 막을 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이용자가 포함된 민관 협의체 등을 구성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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