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 겨울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 요인으로 지목됐던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뜻한 기온과 유럽 각국의 재고 비축 등에 따른 것으로,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유럽발 에너지 대란 가능성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럽발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이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3일 인베스팅닷컴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유럽 천연가스 지표인 TTF 선물시장에서 천연가스는 ㎿h당 81.150유로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중 최고치였던 8월 26일(339.196유로)과 비교하면 76.1%가 줄어든 수치다. 천연가스 가격은 전날 76.315유로까지 하락한뒤 이날 80유로대로 복귀하기는 했지만 장중 70.3유로까지 하락하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22년 2월초 수준을 나타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 추이는 올 겨울 에너지 공급망과 관련, 가장 큰 이슈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불안 우려가 커진 데다가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급 불안으로 경유 등 다른 에너지까지 급등할 것으로 우려됐다.
하지만 올해 겨울 유럽 기온이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데다 당분간 따뜻한 기온이 예상되면서 전력수요 및 난방수요가 줄자 천연가스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유럽연합(EU) 차원의 에너지 소비 감축 정책과 경기둔화 여파로 천연가스 소비량 자체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대비해 유럽 각국이 높은 천연가스 재고 수준을 조기에 달성한 것도 가격 하향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지난달 24일 기준 독일의 천연가스 재고율은 87.8%로 이전 5년 평균 재고율보다 14.8%p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가격 급락과 함께 유가도 70달러 선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겨울철 천연가스발 에너지 대란 발생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면서 "1~2월 날씨와 러시아의 대공세 가능성 등 전쟁 리스크가 천연가스 가격 불안 요인으로 잠재해 있는 것은 맞지만 재고 수준 등을 고려하면 재급등 리스크는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산업계의 경우 천연가스 가격 급등락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수입 물량의 80% 가량을 한국가스공사를 통해 들여오는 데다가, 직수입하는 물량의 경우 70% 가량이 장기구매계약으로 가격변동 리스크가 낮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변수 및 가격 추이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면서도 "수입 물량 대부분이 장기 구매계약으로 들여오고 단기 가격에 영향을 받는 스팟 물량이 30% 정도로 낮아 단기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 TTF 선물가격 추이 |
(단위: MWh당 유로) |
날짜 |
가격 |
1월 2일 |
81.150 |
12월 30일 |
76.315 |
12월 29일 |
83.380 |
12월 22일 |
91.938 |
12월 20일 |
105.688 |
12월 16일 |
115.451 |
12월 15일 |
134.767 |
12월 1일 |
139.25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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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인베스팅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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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091@fnnews.com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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