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리츠 톱10 두 달간 8% 상승
개별 호악재 따라 수익률 제각각
추세적 상승 속단하기 어려워
'인플레이션 방패'로 불리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하락분을 일부 반납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해외 부동산 시장엔 여전히 냉기가 감돌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매파적 기조를 지키고 있어 당분간은 온기를 되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 KRX 리츠 톱10지수는 최근 2개월간(2일 기준) 8.4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직전 2개월 동안 21.62% 고꾸라진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반등한 셈이다.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출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 데다 정부의 '50조원+α' 유동성 지원 등 시장 안정화 조치가 일부 효과를 발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추세적 상승으로 해석하기엔 이르다는 설명이다. 개별 종목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된 21개 상장리츠 가운데 같은 기간 19% 넘게 오른 SK리츠를 비롯해 코람코에너지리츠(17.52%), 롯데리츠(12.15%), 이지스밸류리츠(10.33%) 등은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지만 모두투어리츠(-18.14%), 에이리츠(-3.24%), NH프라임리츠(-2.91%)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개별 종목의 호재에 기대는 동시에 악재에 취약한 모습을 연출했다. FTSE 글로벌리츠지수 편입(SK리츠), 트윈트리타워 인수(이지스밸류리츠), 주유소 등 자산 매각(코람코에너지리츠), 모두스테이 사업 종료(모두투어리츠) 등의 이벤트에 좌우됐다.
게다가 연준은 시장 기대와 달리 계속적인 금리 인상 의지를 다졌다. 유럽, 일본 통화당국 역시 흐름에 동참하고 있어 부채비율이 높은 리츠의 특성상 이자 부담과 조달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배당도 투자자를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다양한 분야 부동산 소유권이나 관련 채권을 취득·운영해 창출한 수익금을 분배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통상 긴축 국면에서 배당금을 받아 하방 압력에 대응한다는 게 장점이지만 주가 손실이 웃도는 탓에 투자매력을 상실했다. 배당을 노릴 바에야 연 5%대 금리 예·적금이나 고금리 채권을 잡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특히 해외 부동산 시장의 거세게 흔들리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내리막을 걷고 있고 오피스 거래량도 줄고 있다. 인플레이션, 에너지 공급난 타격을 받고 있는 유럽시장도 침체 상태다.
국내 리츠 상장지수펀드(ETF) 성과엔 그 여파가 반영되고 있다.
국내 리츠로 구성된 ARIRANG K리츠Fn이 2개월 새 11.01% 오르는 동안 KB STAR 글로벌데이터센터리츠나스닥(합성)은 5.44%의 손실을 냈다. 이 기간 해외 부동산을 담은 국내 상장리츠 3개(KB스타리츠 제외) 수익률도 전부 마이너스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외자산을 편입한 리츠 운용이 비교적 어렵고 외국인은 현지 리츠에 투자하는 게 자산배분 전략에 유리하다"며 "금리는 통상 1년 후부터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해 면밀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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