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자 25% 세액공제 추진
개정안 통과시 내년부터 적용
삼성 작년 투자액 기준 4조3000억
SK 2조3000억까지 절감 기대
정부가 대기업들이 반도체 시설에 투자 시 투자액의 15%를 세금에서 감면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간 6조원 이상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첨단산업 주도권을 쥐기 위해 미국, 대만 등 각국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과감한 세제지원으로 투자금 조달에 여력이 생긴 기업들의 재투자도 기대된다.
■삼성, 4.3조+알파(α) 세제혜택 기대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22년 반도체 부문에 47조7000억원 규모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 이는 국내 및 해외 투자를 모두 합친 것으로, 지난해 국내투자 비중은 60%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내투자액은 약 28조6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당초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대기업의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8%를 반영하면 삼성전자는 2조3000억원의 세금을 감면받는다. 하지만 정부가 공제율을 15%로 상향 조정하면서 삼성전자가 받는 세제혜택은 4조3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올해 삼성전자가 투자 규모를 늘릴 가능성이 높아 직전 3년 평균치 대비 투자 증가분에 대해 10% 추가 공제 혜택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22조6000억원, 2020년 32조9000억원, 2021년 43조6000억원 등 연간 반도체 시설투자액을 매년 늘리고 있다. 2020~2022년 3년간 삼성전자의 평균 시설투자액은 41조4000억원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6년까지 5년간 반도체·바이오·신성장 정보기술(IT) 등 미래 먹거리 사업을 중심으로 45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15% 세금감면에다 10% 추가 공제는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 법인세 납부분부터 적용된다. 올해 시설투자를 늘리면 내년에 감면을 받는 형태다. 만약 삼성전자가 최대 25%의 세제혜택을 받는다고 하면 대기업의 국내 법인세 최저한세 17%를 초과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향후 10년간 나눠주는 이월공제 제도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방침이다.
메모리반도체 업황부진 직격탄을 맞은 SK하이닉스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가 단행한 지난해 시설투자 규모는 10조원대 후반(16조~19조원)이다. 이 중 국내투자 비중은 80%가량(12조8000억~15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세액공제율 15%를 적용하면 1조9000억~2조3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수요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 대비 50% 이상 줄이는 등 투자 축소 방침을 세워 10% 추가 공제 혜택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금조달 여력에 추가 투자 기대
반도체 업계는 해외 반도체 경쟁사들과 투자 경쟁에서 앞서갈 발판을 마련했다며 반색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반도체 설비투자 기업에 25%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대만도 자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 비율을 15%에서 25%로 높이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 TSMC의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390억달러(약 49조6000억원)로 전망된다.
지난해 계획(360억달러·약 45조8000억원)보다 늘어났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2030년 파운드리 업계 2위 등극을 노리는 미국 인텔은 2021년 4월 200억달러(약 25조500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지난해 1월에는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를 투자해 첨단 반도체 공장 2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절감한 세금을 통해 재투자할 여력이 생길 뿐 아니라 기존 투자 이연계획 등도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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