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 받을 수 있을 때 상장하겠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한파에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가 결국 상장을 연기했다. 상장 철회설이 나올 때마다 거듭 추진 의지를 밝혔으나 증시 침체로 투자환경이 나빠지면서 무릎을 꿇은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 이커머스 1호' 타이틀은 오아시스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이날 코스피시장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적자기업인데도 '유니콘 기업 특례요건'을 적용받은 컬리는 지난해 8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다음달 22일까지 상장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컬리 측은 "글로벌 경제상황 악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컬리 측은 연기일 뿐 '철회'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컬리 관계자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추진을 한다'는 입장이었다. 다음달 상장을 완료하기 위해선 증권신고서를 다음주까지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뷰티컬리' 등 지난해 새로 시작한 사업이 순항하고 있고, 기존 마켓컬리도 잘되고 있어 자금이 급한 상황도 아니다. 현시점에서는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컬리는 2021년 7월 시리즈F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약 2조5000억원으로 평가받았고, 같은 해 12월 프리-IPO를 통해 약 4조원의 기업가치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현재 몸값은 1조원대 수준으로 깎인 상태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혜를 누리며 커진 몸값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또 2017년 이후 5년 연속 적자에 적자 규모도 해마다 커지고 있다.
한편 컬리의 상장 연기로 '국내 상장 이커머스 1호' 간판은 오아시스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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