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 진료비 사전고지 의무화
'수의사 2인이상' 진료비 알려야
진료항목·수가 표준화 안착 목표
보험료 투명화로 시장 확대 기대
낮은 동물등록률 등 과제 풀어야
반려인이라면 한번쯤 너무 높은 병원비에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급한대로 동물병원을 찾아 치료를 마치고 받아든 영수증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이 찍혀있어 당황스러웠다는 경험담도 종종 들려오곤 한다. 새해부터 수의사가 2명 이상인 동물병원이 주요 진료비용을 공개하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한층 줄어들 전망이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개정된 '수의사법'에 따라 동물병원의 주요 진료 항목 진료비 게시 의무화와 수술 등 중대 진료의 예상 진료비 사전 고지 제도가 이날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펫보험 시장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부르는게 값' 동물병원 비용 게시 의무화
앞으로 국내 동물병원들이 병원 내부 접수창구 등 반려인들이 알아보기 쉬운 곳에 진료비를 게시해야 한다. 수술 같은 중대 진료를 하기 전에도 예상 비용을 보호자에게 구두로 고지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시정명령이 부과되고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1차 30만원, 2차 60만원, 3차 9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울러 전국 모든 동물병원은 전신마취를 동반하는 내부장기, 뼈, 관절 수술과 수혈 등 중대진료를 하기 전에 예상 비용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 또 진료가 지체되면 동물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장애를 가져올 우려가 있거나 진료 과정에서 진료비용이 추가되는 경우에는 진료 이후에 진료비용을 고지하거나 변경해 고지할 수 있다.
■펫보험 가입률 0.25% 불과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보험 신규 가입자도 2년만에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전체 반려동물 대비 가입률은 저조한 편이다. 통계청의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5%인 312만 9000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27년에는 6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보험 가입은 더디다. 한국신용정보원이 최근 내놓은 '반려동물보험의 가입 현황과 보험금 지급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말 기준 반려동물 가입자 수는 약 5만5000명이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는 72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를 대입해 계산해보면 가입률은 0.8%로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2020년 2·4분기 신규 가입 건수 3920건에서 지난해 2·4분기에는 6076건으로 늘어났고 올해 2·4분기에는 7039건으로 한 번 더 증가했다. 펫보험 가입자 성별의 약 71%는 여성이었으며, 여성의 비중은 전 연령대에서 비슷하게 나타났다.
반려동물 치료비 관련 보험금 지급액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7월 한달간 반려동물 치료비 보험금 지급액은 4억9000만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7월에는 8억5000만원으로 2년간 약 73% 증가했다. 반려동물 치료 관련 보험금 지급 건수 역시 같은 기간 3022건에서 5132건으로 69.8% 늘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펫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총 11곳이다. 펫보험 가입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스웨덴(40%), 영국(25%), 일본(6%) 등과 비교하면 한국의 가입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진료비 게시 의무화로 펫보험 시장 활성화 기대
그동안 보험사들은 동물병원마다 진료항목·수가가 표준화돼 있지 않다 보니 보험료 산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손해율이 높은 담보에 대해서는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내걸게 되고 보험료도 자연히 비싸게 책정됐다. 손보업계는 펫보험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제각각인 진료항목·수가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보험가입률이 낮은 이유는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가입자의 경우 보험 가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보험료가 비싸다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펫보험 가입률은 지난 2020년 기준 0.25%에 불과하다. 국내 펫보험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메리츠화재의 판매 건수도 2019년 1만6601건, 2020년 1만1374건, 2021년 1만4429건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는 진료비 게시 의무화로 가격이 표준화되면 펫보험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진료를 받아도 병원마다, 지역마다 비용이 천차만별"이라며 "표준수가나 진료비 공시제 등이 안착될 경우 시장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낮은 동물등록률이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동물이 보험금을 신청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동물등록제는 반려견에 대해서만 의무적으로 실시되는데 지난해까지 등록률이 38.5%에 그쳤다. 반려묘 등록은 시범사업 단계고, 다른 동물은 관리 제도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펫보험이 사람의 실손의료보험처럼 가입이 필요한 상품이라고 인지하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야 한다"며 "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지 않으면 시장이 크게 확대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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