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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똘똘한 한채 더 사볼까"... 큰손들만 반기는 LTV 완화 [분위기 바뀐 부동산 시장]

대출 풀었지만 효과는 제한적
중산층은 집값 하락 부담에 관망

#.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풀렸으니 소득이 있는 자녀에게 부동산을 증여·매도하고 싶다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체감상 20% 정도 늘었다." (서울 서초구 은행 관계자)

#. "가계대출 문의는 그대로다. LTV를 70%까지 풀어줘도 이자부담에 집 사겠다는 상담은 거의 없다." (서울 관악구 소재 은행)

지난 3일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후 소득·자금 여력에 따라 대출문의가 '양극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유지로 중저소득자 대출한도에는 사실상 변화가 없는 데다 다음 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규제완화 효과가 '부자들'에게 국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강남권 문의 20% 늘어

8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큰손'들이 주고객층인 서울 강남·서초 일대의 자산관리(WM)센터에는 정부의 1·3대책 이후 부동산 매매·증여 문의가 10~20%가량 늘었다. 서초구의 한 시중은행 WM센터 관계자는 "연말에만 해도 부동산 쪽 상담이 끊기다시피 했는데 1·3대책 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센터에 매일 한두 건 이상은 매수 관련 금융상담이 들어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남구 소재 또 다른 WM 관계자도 "3일 대책 발표 전에 비해 부동산 관련 문의가 10~20%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근로소득이 있는 자녀에게 자신이 가진 부동산을 증여·매도하려는 문의, 서울 강남과 용산의 '똘똘한 한 채'를 추가 매수하려는 문의가 주를 이룬다.

지난 3일 정부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집값의 최대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LTV 규제를 완화한 영향이다. 기존에 대출을 받을 수 없던 2주택자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오히려 자산가들의 문의가 더 많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위권 소득자 "아직 때 아니다"

자산가들은 '규제가 완화된 지금이 타이밍'이라며 증여·추가 투자를 모색하는 자산가들과 달리 중저소득자들은 높아진 이자부담에, 주택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여전히 차분한 모습이다. 남아있는 DSR 규제를 비롯해 고금리, 꺾인 부동산 매수세 등 상황이 복합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강북구에서 대출중개 업무를 담당하는 A씨는 "LTV 규제가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대출한도가 늘어난 게 아니다"라며 "5일부터 규제가 완화됐는데 부동산 매수 문의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소득자가 많이 있는 강남, 송파, 서초 이런 곳들은 15억원 이상 부동산에 대한 주담대가 풀리면서 수요가 늘어날 수 있겠지만 강북 지역은 딱히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시류를 타지 않는 강남3구와 용산, 1·3대책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둔촌 주공 등 일부 지역만 매수심리가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승연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