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 발표
설 상여금 지급 44.3% 절반에 못 미쳐
자금조달 애로사항 '고금리'(66.9%) 응답 많아
"자금난 겪는 중소기업 위한 금융정책 절실해"
중소기업 공장 내부 전경. 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 경기 화성에 위치한 정밀부품업체 A사는 직원 설 상여금을 전년보다 30% 줄이기로 했다. A사가 생산하는 정밀부품이 반도체 장비에 주로 들어가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불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최근 해외 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A사 대표는 "설 상여금을 줄이는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중소기업인들 사이에서 한숨이 깊어진다. 올 한해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성장률은 둔화하는 등 경영 환경이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 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이 더해지면서 중소기업 자금 사정은 악화하고 있다.
중소기업 설 상여금 지급 44.3% 절반 못 미쳐
1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8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중소기업 설 자금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올해 설 상여금을 지급한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은 44.3%로 전체 절반에 못 미쳤다. 설 상여금을 지급하는 중소기업들은 직원 당 평균 40만원으로 전년 동기(44만7000원)와 비교해 4만7000원 감소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자금사정이 '곤란하다'는 응답은 36.6%로 전년 동기(26.0%)와 비교해 자금사정이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사정 곤란 원인(복수응답)으로는 △판매·매출 부진(70.3%) △원자재 가격 상승(66.9%) △인건비 상승(34.5%) △납품 대금 단가 동결·인하(7.2%) 순이었다.
중소기업들은 올해 설에 평균 2억2550만원 자금이 필요하지만, 평균 2580만원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자금 확보 계획(복수응답)에 대해서는 △납품 대금 조기 회수(65.0%) △금융기관 차입(29.0%) △결제 연기(27.5%) 등 응답이 있었다. '대책 없음'이란 응답도 14.5%에 달했다.
특히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조달 여건이 '원활하다'라는 응답이 38.8%를 차지했다. 이어 '전년과 비슷하다'(35.6%), '곤란하다'(25.6%) 순이었다. 다만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할 시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 '고금리'(66.9%)란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어 '없음'(28.4%), '과도한 서류 제출 요구'(21.4%) 순이었다.
중소기업, 설 연휴 앞두고 자금난 호소 이어져
실제로 설 연휴를 앞두고 자금난을 호소하는 사례가 중소기업 현장 곳곳에서 들려온다.
경기 용인에 본사를 둔 통신장비업체 B사 임원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외 통신 인프라 투자가 주춤하면서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며 "올해 경기 역시 부정적으로 보는 전망이 많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설 상여금 지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에 있는 출판업체 C사 대표 역시 "올해 들어 최저임금이 5% 올랐다. 종이 등 책을 만드는 원가 역시 오른 상황"이라며 "설 상여금은 고사하고 현재 인력을 유지하기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금난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지원 정책을 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올해 중소기업은 금융 이용 관련 지원 요청사항으로 '금리인하'를 가장 많이 꼽았다"며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가장 큰 자금조달 애로요인이 되는 만큼, 자금조달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전 중소기업학회장)는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 정부나 재계 모두 매우 어두울 것으로 보고 있어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며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난 해소를 위해 저리의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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