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필 상명대 경영공학과 교수
10년간 연기금 등 상품평가 맡아
3000兆 상품규모 비해 인력 적어
전문가 키우려면 산학 거리 줄여야
금융공학·데이터 분석 강화할 것
"자산평가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학술적으로 아카데믹한 이론과 함께 미래 지향적 기법들을 금융시장에서 선도적으로 리드해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키스자산평가에서 약 10년간 연구원으로 일하다 교수직으로 옷을 바꿔 입은 유재필 상명대 교수(36·사진)는 11일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현장과 학계의 활발한 소통과 업무교류가 필수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교수는 평가사 출신으로 교수의 길을 걷는 첫 사례다.
키스자산평가 연구원으로서 주로 연기금과 운용사에서 투자한 해외채권과 전환사채 상품을 평가하는 일을 담당했던 그가 지난해 상명대 경영공학과 교수로 전직한 것은 학계와 실무의 연계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판단에서였다. 키스자산평가에서 실무를 맡았던 경험치를 활용, 그는 산학연계 활동을 늘려 나가고 있다.
유 교수는 "대학은 사회에 진출하는 인력을 배출하기 때문에 대학과 기업은 매우 강한 유착관계를 갖고 협업을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만남조차 어색함을 보일 때가 많다. 그 괴리를 축소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산업의 성장, 그 과정에서 반드시 존재해야 할 전문인력 양성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갖고 학업에 매진할 학생들을 위해서 대학으로 이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금융당국과 투자기관에서의 가교 역할에 대한 생각을 피력했다. 유 교수는 "자산평가사는 금융당국과 투자기관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며 "시장참여자들이 투자하는 비상장 금융상품의 대부분을 평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그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되지 못하다 보니 평가사의 시장 환경에 대한 정책적 개선과 발전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면서 "시장에 발행된 약 3000조원의 상품을 평가하는 규모에 비해 평가사 인력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데, 이는 평가사들이 자체적으로 많은 노력과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랜 기간 평가사에 재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의 수요를 교육에 접목, 자산평가사 시장의 발전과 전문인력 양성에 노력하고자 한다"면서 "더불어 금융시장에서 자산평가사 영역의 정책적 규제개선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의 산학연계 확대는 졸업생의 취업진로에도 지대한 영향을 준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경영공학과 졸업생 중에서 해마다 약 30%가 자산평가사에 취업했다"면서 "그중에서 약 25%는 증권사나 운용사로 자리를 옮겼다"고 전했다.
이어 "한 해 졸업생이 약 40명이니 결과적으로 매년 10명 이상이 자산평가사로 취직한 셈"이라며 "이런 과정이 모래성이 되지 않도록 올해부터 금융공학 분야에 대한 교육과정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영공학과 특성상 대부분의 졸업생은 품질 및 생산 관리, 유통관리, 마케팅, IT 등의 다양한 분야로 취업한다. 이들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중요시되는 데이터 분석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올해부터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기업들과 산학연계를 위한 세미나를 집중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