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

[서초포럼] 핵관의 구심력, 민심의 원심력

[서초포럼] 핵관의 구심력, 민심의 원심력
작용반작용의법칙은 늘상 작동된다. 권력은 독점이 아니라 분점일 때 가장 많이 민심의 지지를 받는다. 최근 국민의힘 새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보고 있으면 정말 가관이다. 이 정당이 0.73%p 차이로 정권을 잡은 정당이 아니라 73%의 지지율로 정권을 잡은 정당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핵관이라는 사람들은 자기들만이 권력을 창출한 양 거드름을 피운다. 핵관의 거드름이 강하면 강할수록 민심은 떠나간다. 그것이 권력의 속성이다.

초기 권력을 형성한 일원의 참모그룹은 자신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이 그 권력의 이너서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극구 반대한다. 필자는 이것을 '일원(一圓)의 함정(陷穽)'이라고 칭한다. 한번 권력의 스크럼을 형성한 참모들은 같은 창업공신이라 하더라도 중상모략을 통해 새로이 권력의 이너서클로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을 허다하게 목격했다. 그래서 군주에게 필요한 최대 덕목은 권력을 분점할 수 있는 역량이다. 그리고 창업과 수성은 분명 다르고, 토사구팽이 필요한 이유도 분명 있다.

한나라 유방의 부인인 여태후는 개국공신인 한신과 팽월 등을 미리 제거하고 아들 영을 황제의 자리에 올렸다. 태종 이방원 역시도 조선의 건국공신인 정도전을 제거했고 여태후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들인 세종을 위해 외척마저도 철저히 척살했다. 근자에도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회창의 김윤환 숙청, DJ와 JP의 결별 그리고 최근의 윤석열 대통령과 안철수 의원의 관계도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공동정부를 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나, 권력의 일원을 형성한 참모들은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철저히 타인을 배척하고 있는 상황이다. 피도 눈물도 없고, 영원하지도 않은 것이 권력이다.

그럼 제왕이 일원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647년 5월 25일 당태종이 최미전에 올라 신하의 물음에 답한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짐은 사람의 장점을 보면 마치 내가 그것을 가진 것처럼 생각했고, 항상 사람의 단점을 버리고 그 장점을 취했으며, 현자나 불초한 자 모두 자기의 자리를 가지게 하였고, 정직한 사람을 조정으로 불러 어깨를 나란히 했고 한 사람도 쫓아낸 적이 없었고, 유일하게 모든 부족민을 하나같이 사랑했으니 천하대업을 이룰 수 있었소."

최근 재평가되는 대통령이 있다. 그분은 바로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재임 당시 '물태우'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허약했지만 여소야대 정국에서 6·29 민주화선언, 88올림픽 성공적 개최, 소련·중국과의 수교로 북방외교 성공, 분당·일산 등 신도시에 주택 200만가구 건설로 주택가격 안정, 서해안고속도로 건설, 남북 기본합의서로 한반도 비핵화선언, 인천국제공항 건설, 평택항 및 해군2함대 사령부 건설로 서해교전 승리, KTX 건설, 범죄와의 전쟁으로 사회질서 확립, 새만금 및 대불공단 조성과 같은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당대 측근들에 의해 되는 것이 아니라 후대가 한다.
대통령은 외로운 자리다. 그리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감언이설에 약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 곁에 필요한 것은 핵관과 같은 권신이 아니라 직언할 수 있는 충신이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