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정이' 20일 공개
전투 AI 개발 둘러싼 한국형 SF
고(故) 강수연이 출연한 넷플릭스 영화 '정이'
"고(故) 강수연 배우가 이 작품의 시작이자 원동력이었다."
오는 20일 공개되는 강수연 유작인 넷플릭스 영화 '정이'가 베일을 벗었다. 12일 연상호 감독(아래 사진)은 '정이' 제작발표회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갖춰야 하는 SF물치곤 인물의 내면에 집중하는 이야기라 영화화를 목표로 했던 것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어느날 강수연 캐스팅을 떠올린 뒤 꼭 만들고 싶어졌다. 강수연 선배 덕분에 이 작품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정이'는 '승리호' '고요의 바다'을 잇는 한국형 SF물로 전설적 용병 '정이'의 뇌를 복제해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강수연은 '정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연구소 팀장이자 정이(김현주)의 병약했던 딸 '서현'을 연기했다. '정이'는 정이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서현의 이야기다.
연 감독은 "대상화된 존재로 살아온 국민적 영웅이자 엄마인 정이가 자신의 둘러싼 이데올로기 등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SF적 상상력으로 구현했다"고 소개했다. 동시에 AI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정이는 가족을 위해 전쟁터로 나갔고, 서현은 그런 엄마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다"며 "딸은 엄마의 뇌를 복제해 영원한 영웅으로 만들려고 한다. 저 역시 누군가의 자식이자 아버지로서 내 부모의 삶을 리셋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그런 질문이 이 영화에 담겼다"고 말했다.
전설의 SF작가 필립 K 딕의 소설도 언급했다. 연 감독은 "'정이'를 만들면서 어릴적 최초로 읽었던 SF소설이 많이 생각났다"며 "'사기꾼 로봇' 등이 수록된 휴먼 SF걸작선이었는데 그때 소년 연상호가 느꼈던 감정 등을 영상으로 만든다는 기분으로 연출했다"고 부연했다.
연 감독은 이날 강수연을 섭외할 당시 떨림과 존경, 그리움도 전했다. 연 감독은 "(강수연이) 까다로울까봐 걱정했는데 함께 작업하면서 선배가 영화 현장을 정말 좋아한다고 느꼈다"고 회고했다. "후배들을 무척 아꼈고 모임도 좋아했다. 마치 영화동아리 학생들처럼 서로 인간적으로 교류하며 영화 이야기도 많이 나눴는데, 현장에서 그런 기억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해줬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선후배라기보다 동료로 대해주셨고,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진지했다.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연상호 감독과 류경수 두 사람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중 연구소 소장을 연기한 류경수는 "강수연 선배와 연기하게 돼 영광이었다"며 "선배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바랐다.
한편 강수연은 이날 생전 인터뷰를 통해 "한국형 SF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말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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