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탈출기 #13] 증권형 토큰의 정의와 증권가 움직임
[파이낸셜뉴스]
증권형 토큰, ICO, STO…
비트코인, 가상자산과 비슷한 말 같은데 증권가에서 더 많이 쓰이는 말들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에서 가상자산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이 정해지고 발표될 거란 소식이 들리면서 증권사들도 이에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증권형 토큰과 가상자산의 개념은 어떻게 다르고, ICO와 STO는 IPO와 어떻게 다른 지 이해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해요.
증권형 토큰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증권사들도 코인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리플,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뉴스1 제공
증권형 토큰은 가상자산의 부분집합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이 새로운 형태의 투자 자산인 만큼 딱 떨어지는 정의는 아직 없다고 해요.
일반적으로는 '실물·금융 자산을 기반으로 발행된 토큰'을 의미하지만, 증권성을 가진 모든 디지털 자산을 증권형 토큰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주로 언급되는 증권형 토큰의 사례가 전자에 가깝습니다.
즉, 부동산과 같은 실물이나 금융 자산을 작게 나누고 이를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에 연동해 거래될 수 있도록 만든 게 증권형 토큰입니다.
그리고 이때 발행되는 토큰은 증권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증권이 받고 있는 규제도 적용 받게 됩니다.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증권형 토큰을 가상자산의 부분집합으로 보고 있어요.
가상자산의 정의는 '컴퓨터 등에 정보 형태로 남아 실물 없이 사이버상으로만 거래되는 자산'입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암호화폐·가상화폐 등으로 불렸지만, 점차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에서는 화폐 대신 자산(asset)이라는 용어로 통일하고 있죠.
각국 정부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일반 화폐와 다르게, 처음 고안한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가치가 매겨집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사이버상으로 거래되는 자산이기에 가상자산에는 포함되지만,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발행된 게 아니기 때문에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할 순 없습니다.
IPO vs ICO vs STO?
IPO·STO·ICO 비교 /그래픽=정기현 기자
STO(Security Token Offering)은 앞서 언급한 증권형 토큰으로 자금을 모이는 방법이에요. 증권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기업들이 기업공개를 통해 상장하는 IPO와 비슷해 보입니다.
STO라는 개념을 알기 전에, ICO를 먼저 알아야 해요.
ICO(Initial Public Offering)는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실제로 론칭되기 전 프로젝트 런칭을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에요. ICO를 통해 시장에 선보인 대표적인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이더리움이죠.
그런데 ICO 참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법적 규제는 없고, ICO 투자자 피해가 계속 발생합니다.
결국 2018년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가 ICO를 규제하면서 STO 개념이 등장해요. 그래서 STO를 ICO의 한 종류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합니다.
물론 STO와 ICO를 통해 발행되는 자산과 토큰의 성격은 다르지만, 두 가지 모두 스마트 컨트랙트 등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죠.
다만 STO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증권 취득 청약을 권유하고,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IPO와 유사한 부분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7년 이후 STO도 ICO와 함께 금지된 상황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융위원회가 STO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점진적으로 이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종합하자면, STO를 IPO와 ICO의 교집합으로 정리할 수 있겠죠!
증권가가 코인시장에 진출할 명분이 되다
이를 종합하면 증권형 토큰과 STO는 블록체인 기반의 자산이지만, 당국의 규제를 받는 특징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증권형 토큰과 관련된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오는 19일 열리는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증권형 토큰의 유통과 발행과 관련한 제도 마련 건도 오를 예정이라고 해요. 회의 이후 금융당국도 증권형 토큰에 대한 정의와 발행, 유통 등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죠.
그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금융당국의 규제를 크게 받지 않았고, 이 때문에 가상자산 플랫폼이 거래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증권형 토큰이 제도권으로 들어오면 기존 증권사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기대하고 있어요.
실제로 KB증권은 이미 증권형 토큰 플랫폼의 개발 작업과 시험을 마친 상황이라고 해요. 상반기 안에 플랫폼을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키움증권도 올해 투자자들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영웅문S#’에서 증권형 토큰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해요. 신한투자증권도 연내 증권형 토큰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죠.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준비 중인 STO 프로젝트는 자본시장법과 전자등록법 제도 하에 증권형 토큰이 들어올 것에 대비해 이를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현재 블록체인상에 기록된 증권형 토큰은 법적으로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이에 회사는 기능검증(POC)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가상자산 플랫폼의 입장은 달라요. 가상자산 플랫폼이 일궈 놓은 시장을 증권사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큽니다.
가상자산업계의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과 증권 시장은 분명히 다른 시장인데 자본력과 영향력이 강한 증권사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기존의 가상자산 플랫폼은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라고 말하죠.
※주식에 관심 없던 기자가 증권부로 발령받게 됐다. 설렘을 갖고 부서에 왔지만, 기사에는 온통 ‘주식시장이 휘청인다’고 난리다. 처음으로 월급을 받아 기쁘기만 한 주린이의 재테크 초보 벗어나기 프로젝트! 저랑 주린이 탈출하실래요?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