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히딩크 나라서 온 서울시향 새 감독 "한국은 고향 같은 곳"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 전임감독 사고로 예정보다 빨리 취임
카리스마, 호랑이 감독 이미지 속 누구보다 따뜻한 감성가져
히딩크와도 부부 모임 가져..히딩크 "서울시향 홍보대사 하고 싶다"

히딩크 나라서 온 서울시향 새 감독 "한국은 고향 같은 곳"
서울시향의 3번째 음악감독인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이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향

[파이낸셜뉴스] "16살에 줄리어드 음대에서 공부할 때 한국인인 강효 선생님에게 음악을 배웠다. 그는 어떤 선생님보다 제게 영향을 줬고 제가 존경하는 분이다. 또 홍콩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과 연주하면서도 아시아, 한국의 많은 연주자를 만났고 그들은 제 동료이자 친구이기도 하다. 한국은 내게 고향 같은 곳이다."

1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히딩크의 나라, 네덜란드 출신의 얍 판 츠베덴 서울시립교향악단 새 음악감독은 “한국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서울시향의 3번째 음악감독으로 당초 첫 공연은 올해 7월로 예정됐었다. 하지만 그의 전임 오스모 벤스케 감독이 1월 정기공연을 앞두고 낙상 사고를 당하자 지난 12~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을 이끌고 '브람스 교향곡 1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의 공식 임기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5년간이다.

얍 판 츠베덴은 19세에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RCO)의 최연소 악장으로 취임해 17년간 악장을 역임했다. 이후 지휘자로 활동 영역을 변경하고 2018년부터는 세계적 교향악단인 미국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024년에는 서울시향과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겸하게 되며, 두 오케스트라의 공동 작업 등도 검토하고 있다. 얍 판 츠베덴은 지난 9일 방한 후 10~11일은 서울시향 단원들과 리허설을 진행했다. 12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임명장을 받고 오찬시간을 가졌다.

얍 판 츠베덴은 오 시장에게 오케스트라 전용 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오 시장 역시 2028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옆에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을 지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이날 "현재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으로 '최상의 음향'을 가진 콘서트홀이 될 수 있게 얍 판 츠베덴 감독과 그 과정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얍 판 츠베덴에 대해 서울시향 웨인 린 부악장은 "카리스마, 위대한 음악가"라고 표현했고 단원인 곽정선은 "열정과 에너지, 화산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실제 그는 엄격한 호랑이 감독으로 알려졌으나 80분간 진행된 질답을 통해 클래식에 진심이며,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과 감성을 갖고,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도 아름다운 감독이라는 인상을 줬다.

얍 판 츠베덴은 "서울시향은 카멜레온 같은 색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림에 비유하자면 렘브란트처럼 무거운 색채도, 반 고흐처럼 화려한 색채도 낼 수 있어야 한다. 5년 임기지만 반년을 먼저 시작해 다행이다. 지금은 땅에 씨앗을 심는 단계로 꽃이 피어났을 때 바로 꺽지 않고 충분히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천국보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 더 아름답다"고 말했다.

히딩크 나라서 온 서울시향 새 감독 "한국은 고향 같은 곳"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왼쪽)와 얍 판 츠베덴 음악감독(가운데)

얍 판 츠베덴 감독은 부임 후 첫 1년은 '소리의 동물원(사파리)' 같은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버스를 타고 여러 동물을 둘러보는 사파리처럼 서울시향 단원들과 함께 여러가지 소리의 가능성과 종류를 탐험해 보겠다는 것이다.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감독의 엄격함에 단원들의 걱정이 많았지만 리허설과 첫 공연을 마친 이후에 개인적인 문자메시지 등으로 '힘들었지만 너무 행복했다'는 '감사했다'는 답변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자폐아 자녀가 있는 얍 판 츠베덴 감독은 아내와 함께 자폐아를 돕는 '파파게노 재단'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그는 오는 4월에는 서울에서 장애 가족을 위한 시민 공연을 준비 중에 있다.

얍 판 츠베덴은 "자폐아들은 눈을 맞추는 일을 잘 못한다. 음악을 통해 마음과 마음을 맞출 수 있게 도와주고 이들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한국에 오케스트라, 클래식을 지원하고 이를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알려주기 위해 왔다. 리허설은 언제나 공개할 것이고, 숨기는 것 없이 모든 문을 항상 열어 두겠다"고 설명했다.


2023년, 한국인이 여전히 가장 사랑하는 네덜란드인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도 이어질듯 하다. 히딩크 감독 부부와 종종 식사를 한다는 그는 임명장을 받았던 지난 12일 히딩크의 전화를 받았다.

얍 판 츠베덴은 "제가 서울시향을 이끌게 됐다고 하니 자기(히딩크)가 서울시향의 홍보대사를 해주고 싶다고 하더라"며 "히딩크 감독의 마음 한편에 서울이 크게 자리잡고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