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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축구 새역사 남기고… 박항서 '5년 동행' 마침표

첫 대회 AFC U-23 준우승
SEA게임 첫 금메달 쾌거에 올해 미쓰비시컵 준우승까지
동남아 최정상급팀 반열 올라
현지 '국민 영웅' 칭호 받아
동남아에 韓 지도자 열풍도

베트남 축구 새역사 남기고… 박항서 '5년 동행' 마침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6일 미쓰비시컵 준우승을 끝으로 '5년간의 동행'을 마무리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동남아시안(SEA)게임 남자축구 첫 금메달을 획득한 뒤 베트남 선수들이 박 감독을 헹가레하는 모습. 로이터 뉴스1
베트남 축구 새역사 남기고… 박항서 '5년 동행' 마침표
베트남 국영 항공사인 베트남항공은 박항서 감독에게 한국-베트남 노선 평생 이용권을 선물했다. 뉴스1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6일 미쓰비시컵 준우승을 끝으로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5년 여정을 마무리했다. 비록 라스트댄스는 다소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는 베트남 축구의 지형을 바꾼 상징적인 인물이다. 더 나아가서는 동남아 축구의 역사를 바꾼 인물이기도 하다.

박 감독이 베트남과 인연을 맺은 건 2017년이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며 '대한민국 4강 신화'에 힘을 보탠 그는 그해 10월 베트남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0위권이던 베트남을 100위권으로 끌어 올리고 아시아 정상급 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취임식에서 밝힌 박 감독은 첫 대회인 2018년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 대회에서 베트남은 동남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4강에 진입한 데 이어 결승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또 U-23팀이 출전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은 신화를 썼다. 이전까진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으나 16강전에서 바레인을 1-0, 8강전에서 시리아를 1-0으로 꺾고 4강까지 진격했다. 비록 4강에서 대한민국을 만나 1-3으로 지며 멈춰섰지만, 모든 베트남 국민들이 박 감독의 지도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다시 만나기 힘든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스즈키컵(현 미쓰비시컵)에서 태국의 3연패를 저지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최근 5번의 미쓰비시컵에서 태국이 우승하지 못한 유일한 대회가 2018년이다.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 영웅' 반열에 올랐다. 베트남 축구가 아주 잠깐이지만 아시아 축구의 중심부로 진입한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201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도 베트남의 기세는 이어졌다. 조별리그에서 1승2패로 조 3위에 머물렀으나 3위 팀 중 상위 4개 팀 안에 들어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했고, 16강전에서 요르단을 꺾고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 일본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4강행은 불발됐지만, 8강은 베트남 역대 최고 성적 타이였다.

2020년 1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2019년 11월 베트남과 2+1년 재계약한 박 감독은 그해 12월엔 동남아 최대 종합대회인 동남아시안(SEA)게임에서 베트남에 첫 축구 금메달을 선사하며 금자탑을 쌓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도 박 감독은 굵직한 발자취를 남겼다.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2021년부터 진행된 월드컵 최종예선에선 B조 최하위에 머물며 본선행은 좌절됐으나, 2022년 2월 중국을 3-1로 격파하고 베트남 역대 최종예선 첫승을 거뒀다. 중국 상대 A매치 승리도 베트남 축구 태동 이래 처음이다. 베트남은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선 아시아 최강급인 일본과 1-1로 비기기도 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취임 당시 FIFA 랭킹 134위였던 베트남은 96위로 10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박 감독의 취임식 당시 약속이 지켜지는 순간이었다.

박 감독은 동남아에서도 중위권에 머물렀던 베트남에 강한 체력과 스피드, 탄탄한 조직력을 입히며 태국과 자웅을 겨루는 동남아 최정상급 팀에 올려놓았다. 이번 미쓰비시컵에서도 베트남은 결승전 이전까지 한 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그만큼 전력이 탄탄했다.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지도자들의 인기가 높아진 데에도 박 감독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 그가 베트남에서 성과를 내자 신태용(인도네시아), 김판곤(말레이시아) 등 한국인 사령탑이 연이어 동남아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그 결과 미쓰비시컵 4강 국가 중 태국을 제외한 3개 팀 감독이 한국인으로 이뤄지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