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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에 지독한 인력난"… 코로나에 무너지는 뿌리산업 [산업의 뿌리가 흔들린다]

종사자 4년간 55만→48만명 뚝
"1년내내 사람 못 구해 代 끊길판"
열악한 조건에 내국인 기피 고착
외국인력도 비자문제로 태부족
업계 "E-9비자 개편 무용지물"
사업장별 외국인 쿼터 확대 요구

"고령화에 지독한 인력난"… 코로나에 무너지는 뿌리산업 [산업의 뿌리가 흔들린다]
"1년 내내 공고를 올려놔도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내국인은 아예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이 인력난에 흔들리고 있다.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청년층이 취업을 기피하는 데다 코로나19 이후로 내국인력의 빈자리를 채웠던 외국인력마저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비전문 취업비자(E-9)를 11만명까지 늘렸지만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허용인원이 정해져 있어 무용지물이다. 뿌리산업계는 외국인 고용한도를 풀어줘 산업을 '유지'만이라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9일 파이낸셜뉴스가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최근 발간한 뿌리산업 실태조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6대 뿌리산업인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기업 종사자 수가 4년 연속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8년 55만5072명이었던 종사자 수는 2019년 51만6697명으로 급감했고 2020년엔 49만936명, 2021년엔 48만9743명까지 줄어들었다.

뿌리산업의 종사자 수 감소는 내국인 종사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2018년 50만1393명이었던 내국인 종사자는 2019년 46만6056명, 2020년 44만3124명, 2021년 43만9764명으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약 3년 새 6만명이 넘는 내국인 근로자가 뿌리기업을 떠나간 셈이다. 전문가들은 뿌리기업 인력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청년 인력이 공급되지 않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뿌리기업 같은 경우 임금이 낮고 근무환경도 열악해 우리나라 청년층들이 취업을 기피하고 있다"며 "공고를 내도 오는 사람이 없어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지고 산업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 뿌리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뿌리산업의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며 "청년층은 뿌리기업에 오려고 하지 않아 산업의 대가 끊길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뿌리산업에 내국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서 기업들은 빈자리를 통상 외국인력으로 채워왔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중소제조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기업의 85%가량은 외국인 근로자를 5년 이상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가장 큰 이유로는 '내국인 구인 애로'가 가장 높은 응답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는 이 같은 외국인력마저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로 국경이 막히면서 외국인 노동자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데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이들의 몸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10월 정부는 산업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고자 국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비전문 취업비자(E-9)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만명까지 늘렸다. 하지만 사업장 규모별로 외국인 총고용허용인원이 정해져 있어 이 같은 조치가 뿌리산업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뿌리산업 같은 경우 이젠 외국인력이 없으면 안되는 상황"이라며 "외국인력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사업장별 쿼터를 현재보다 늘리거나 아예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뿌리산업계에서도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사업장별 외국인 쿼터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보원 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누구든 사람이 와야 인재를 양성할 텐데 일할 사람이 없어 사업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며 "외국인 고용제한 인원을 확대해 뿌리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오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전무도 "현재 뿌리산업은 내국인이 오지 않아 외국인밖에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뿌리산업을 '유지'라도 할 수 있게 현재 정해진 쿼터를 늘려 외국인만큼이라도 자유롭게 고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