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중국, ‘22년 FDI 사상최대, ‘23년 1월 증시외인자금 사상최대 유입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계기로 서방세계로부터 받은 선물은 '피크 차이나(Peak China)'와 '차이나 런(China Run)'이었다. 중국의 성장은 끝났고 그간의 누적된 문제로 중국경제는 꼭지를 찍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거기에 1당독재에 이은 1인독재까지 더해지면 필연적으로 부패의 늪에 빠지기 때문에 빨리 중국에서 돈을 빼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경쟁력이 약해진 한국의 전통기업들이 줄줄이 중국에서 퇴출되면서 중국경제의 한계점 도달과 하루라도 빨리 탈(脫)중국이 정답이라는 분위기가 한국사회에 넘쳐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돈을 빼는 '차이나 런(China Run)'은 정말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난 2018년 미·중전쟁 이후 팩트를 체크해보면 서방세계의 입과 행동은 정반대였다. 탈(脫)중국과 '차이나 런(China Run)'은 정치·외교적 레토릭이었을 뿐 서방세계의 돈은 오히려 '차이나 러쉬(China Rush)'를 이루고 있다.
2022년 중국의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사상최대인 1891억달러로 2021년대비 9%증가했다. 미·중이 본격적으로 글로벌 패권전쟁을 시작한 2019년이후에도 서방세계의 대 중국직접투자는 줄어든 적이 없었다. 기업들의 탈중국이 러쉬를 이룬다는 언론의 보도가 넘쳐났지만 팩트는 실상 달랐다.
정치, 경제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것은 증시다. 중국증시는 2014년부터 외국인에게 개방되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중국증시에서 중국 주식을 사고 팔고 한다. 중국의 경제위기, 중국경제가 피크아웃했다면 돈이 가장 먼저 도망간다.
2014년 이후 중국증시에서 외국인자금은 2022년까지 매년 순증가 했고 순유출 된 적이 없다. 2023년 새해들어선 자금유입이 월별기준으로 1월 중순이지만 이미 최고치를 갱신했다. 월 기준 역대 최대 자금유입은 2021년 12월의 890억위안(16.1조원)이었는데 이미 1월19일 현재 1033억위안(18.8조원)이 순유입 되어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차이나 런(China Run)'이라는 단어가 넘쳐나지만 정작 기업투자든, 금융투자든 대중국 투자는 '차이나 런(China Run)'이 아니라 차이나 러쉬(Rush)였다.
미국은 정말 '탈(脫)중국' 하고 있나?
지난 2018년 미국의 중국과 무역전쟁을 기점으로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선언하면서 탈(脫)중국이 정답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이것도 제대로 된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정말 미국은 탈(脫)중국 하고 있을까?
2018년 미·중전쟁 시작이후 미·중의 무역규모는 2019년에만 소폭 감소했고, 2020년이후 내리 3년간 연속 증가했으며 2022년 미·중의 무역거래는 759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였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역시 2022년에 4041억달러로 최고치를 갱신했고, 2018년대비 808억달러나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전체 무역흑자는 5267억달러나 증가했다.
<미중의 무역거래 추이>
자료: 중국해관통계 자료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아이러니지만 팩트체크를 해 보면 '탈(脫)중국'을 미국은 입으로만 하고 있고, 정작 중국이 '탈(脫)미국'을 하고 있다. 중국의 대미 무역의존도는 2018년 14%에서 2022년 12%로 낮아졌고 2022년 중국의 무역흑자는 8776억달러로, 사상최대지만 중국의 대미무역흑자 비중은 92%에서 46%로 낮아졌다.
미국은 말로는 중국봉쇄, 탈(脫)중국을 외치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제조업의 함정', 가성비 좋은 중국상품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가 새로운 제조업의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지만 40여년간 구축된 중국제조업의 생태계를 붕괴시키기는 아직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머니는 왜 중국으로 몰릴까?
서방의 언론과 연구기관은 중국위기론을 얘기하는 데 서방의 스마트머니들은 2022년 11월 이래로 중국증시로 돈을 퍼넣고 있다. 항상 그렇지만 투자의 세계에서는 박사 중에서 '동(銅)박사'와 '전(錢)박사'가 최고의 박사다. 실물과 금융의 경기 변화는 구리와 돈이 가장 먼저 안다.
투자의 세계에서 최악은 최고의 타이밍이다. 중국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첫째가 경기다. 미국에서 '루비니 교수'가 나오면 저점은 이미 지났다는 말이 있다. 어둠의 예언자들은 경기가 하강할 때는 아무 소리 안하고 있다가 경기가 바닥 근처일 때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언론은 이를 더 확대 재생산해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이미 그럴 때는 바닥을 지났다. 어둠의 예언자들의 과거 예측을 보면 모두 뒷북이고 차 떠난 뒤에 나팔 분 것임을 알 수 있다. 미국이고 한국이고 간에 비관론자들이 득실득실하다. 바로 바닥의 신호다.
2020년 이후 세계경기는 '균(菌)'이 좌우하는 경기다. 코로나균을 빨리 안정시킨 나라는 빨리 경기가 회복되었고, 경기 상승도 하강도 빨랐다. 중국이 가장 빨랐고 미국이 가장 늦다. 지금 세계경기주기상에서 보면 중국은 바닥을 탈출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한국은 저점을 향하고 있다. '전(錢)'박사님은 이를 놓치지 않는다.
<세계 경기주기상에서 중국과 주요국의 위치>
동(銅)박사가 예측력이 높은 것은 구리는 전기가 필요한 모든 공업제품의 원자재이기 때문에 최종 제품의 작은 수급변화에도 동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구리 가격을 보면 저점에서 반등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구리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경기회복을 선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료:LME
금리 올리는 미국, 내리는 중국
미·중의 경제에서 차이는 금리와 환율이다. 자산가격과 금리는 역상관 관계다. 미국은 금리 올리고, 중국은 금리를 내리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 압력으로 금리를 올리지만 중국은 먼저 통화긴축을 했고 부동산 경기 하강과 코로나19 봉쇄로 소비자 물가가 1%대여서 오히려 디플레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돈 풀면 죽은 고양이도 튀어 오른다”. 미국은 100년만에 가장 많은 돈을 풀어 인플레 압력이 커지자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통화량을 줄이고 있다. 반면 중국은 물가안정과 선 통화긴축으로 미국과 반대로 통화량을 늘리고 있다. 위안화 환율 역시 다시 절상추세로 들어가고 있어 중국의 외자유입과 수입가격 하락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돈은 거지를 싫어한다. 돈은 돈이 모이는 곳을 좋아한다. 중국은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이고 외환보유고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외환보유고의 증가는 결국 위안화 통화증발로 이어지기 때문에 증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자료: 중국해관통계, 외환관리국
주가는 '걱정의 벽'(a wall of worry)을 타고 오른다
대불황은 10년에 1번 오는 것이고, 1998년·2008년·2020년의 대불황 다음에 오는 불황은 2년반 상승 1년반 하락의 4년주기 경기주기상의 불황정도로 보면 된다. 전 세계가 동시에 돈 풀고 금리 내리고, 동시에 금리 올리고 돈 막는 정책공조가 이렇게 잘된 적이 없다. 미국의 금리인상의 공포에 전세계가 쫄고 있지만, 미 연준의 매파들이 뭐라고 떠들어도 이미 시장은 언제 멈출 것인가를 알고 있다.
미국이 통화증가 속도를 0%로 보내 놓았다는 것은 이미 더 이상의 긴축은 없다는 신호다. 빨리 올라가면 빨리 떨어진다. 역사상 가장 빨랐던 통화증가, 금리인상은 가장 빨리 정상회복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불황은 생산기반의 붕괴와 금융시스템의 붕괴가 같이 이뤄졌을 때 나온다. 그런데 이번 2020년 대불황에는 생산기반이나 금융시스템이 붕괴된 나라는 없다. 코로나19 감염의 공포로 이동의 제한이 공급망에 제약을 가져왔고 이것이 모든 문제를 만들었을 뿐이고, 코로나19의 위력을 과대 평가한 나라와 과소 평가한 나라의 정책 헛발질과 균(菌)마저도 정치적이익의 수단으로 쓴 정치인들이 만든 상황 오판의 저주다.
이번 세계경기 회복 사이클은 미국이 아닌 중국을 봐야한다. 중국이 경기회복의 선두에 서 있다. 만리장성의 담장안에서 보면 갑갑하지만 아시아 상공에서 인공위성으로 보면 중국이 잘 보인다. 한국도 증권시장 개방이후 수없이 많이 경험했지만 외국인들이 돈 싸 들고 몰려오면 시차를 두고 국내기관이 따라 가고 맨 나중에 개미들과 주린이들이 쫓아가서 피크를 만든다
주가는 '걱정의 벽'(a wall of worry)을 타고 오르고 낙관속에서 마무리된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어제 한말 오늘 홀랑 뒤집는 정치인들의 레토릭을 반복하는 것은 의미 없다. 정치와 실리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탈(脫)중국, 중국위기론, 중국피크론 같은 언론에 넘쳐나는 정치색 짙은 용어에 너무 과도하게 빠질 필요 없다. 중국의 상황을 정확히 체크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면 된다.
대폭락, 대불황이라는 말을 달고사는 어둠의 자식들이 넘쳐날 때가 투자에는 최고의 신호다.
항상 차 지나가고 나팔부는 비관론자들의 말폭탄에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다. 가장 먼저 바닥탈출 하는 중국, 외국인 자금이 중국증시로 몰리는 것은 이유 있다. 경기·금리·통화·환율 모두 중국증시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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