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예술 4화: 소설도 써주는 '챗 GPT'
"사랑해"로 시작하는 단편 소설을 써줘라고 질문을 입력하자 챗GPT는 1분도 되지 않아 4문단의 단편 소설을 내놨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첫 문장이 '사랑해'로 시작되는 단편 소설을 써줘."
오픈AI의 언어생성 인공지능(AI) '챗GPT(ChatGPT)'에 위와 같은 질문을 영어로 치자 4문단의 짧은 단편이 2~3분 만에 완성됐다.
사랑해, 하지만 난 내 곁에 있을 수 없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비밀이 있어. 나는 인간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야. 너희 인간들과 수년을 살아오며 적응하고, 너희의 방식에 맞추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지금 고향의 사람들이 나를 다시 부르고 있어. 나는 너를 떠나 우리 종족에게 돌아가야 해.
충격과 경악의 챗GPT
첫 문단의 문장을 해석하면 대략 위와 같았다. 이어진 문단에서는 떠나는 외계인 화자가 우주선에 타며 너(연인)와의 사랑을 조용히 되돌아 보고 둘이 나눈 시간에 대해 잊지 못할 것이라는 고백이 이어졌다. 그리고 4번째 문단의 마지막 문장은 아래와 같았다.
나는 마지막으로 이 행성을 바라보며, 우주선에서 떠나가기 전에 나 자신에게 '사랑해'라고 속삭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오직 살아본 한 곳, 그리고 사랑한 사람을 떠나갑니다.
이어지는 다음 질문으로 "그 단편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해 줘"라고 적었다. 그러자 챗GPT는 앞서 영어로 내놨던 소설을 한 문장씩 번역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소설을 쓸 때보다 속도는 좀 더뎠다. 3번째 문단의 마지막 문장쯤에서 갑자기 번역이 멈추고 대답이 끝났다. 특히 첫번째 문장의 경우 오역이 나왔다.
영어 원문은 '너를 사랑해, 하지만 네 곁에 있을 수 없어'(I love you, but I can't stay with you)였지만 번역한 문장은 '사랑해, 하지만 널 떠날 수는 없어'라는 오역이 나왔다. 하지만 첫 문장의 오역을 제외하곤 구글 번역기와 동급, 혹은 그 이상의 번역이 나왔다.
세번째 질문으로 "네가 빼먹은 부분을 다 번역해줘"라고 써 넣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챗GPT는 진짜로 아직 번역이 완료되지 않았던 마지막 3문장의 번역을 깔끔하게 완료해줬다.
첫번째 질문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두번째 세번째 질문의 경우 전후 맥락을 고려해야 가능한 답변이었다. 챗GPT는 정확하게 대화의 흐름 속에서 내가 의도한 바를 명확하게 이해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첫번째 질문과 동일한 요구('사랑해'로 시작하는 단편소설을 써줘)를 한 뒤에 "하지만 이번 소설의 분위기는 행복해야 해"란 추가 요구 사항을 달았다. 첫번째 단편은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는 외계인의 슬픈 이야기 였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챗GPT는 질문을 넣자 마자 1분도 안 돼서 요구 조건을 정확하게 충족하는 소설을 써냈다.
챗GPT가 써낸 소설은 사랑하는 연인을 두고 떠나야만 하는 외계인에 관한 것이었다. 사진은 ET에 출연할 당시의 드류 베리모어. /뉴스1
그 소설의 첫 문단은 아래와 같다.
사랑해. 그리고 난 너를 영원히 사랑할 거란걸 알아. 우리는 좋은 일이 있을 때나 나쁜 일이 있을 때나 함께 해왔어.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을 거치면서 우리의 사랑은 점점 더 커져갔어.
첫 문단은 조금 상투적이었지만 이어지는 문단들은 사람이 쓴 것이라고 해도 믿을법한 수준이었다. '심심한 사과'의 의미를 몰라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문해력이 떨어진 요즘, 대학교 신입생 이상의 글솜씨였다. 하지만 아직 한국어의 경우 데이터가 부족해 영어만큼 완벽하지는 않다고 한다. 실제로 미국의 대학에서는 대학교 수준의 리포트를 챗GPT가 작성해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캐나다의 임상심리학자이자 토론토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조던 피터슨은 챗GPT의 능력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챗GPT에게
"에세이를 써줘. (그의 저서) 질서 너머의 13번째 규칙에 대해서. 킹 제임스 성경과 도덕경을 결합한 스타일로 작성해 줘."라고 했다. 사실상 대학원 수준의 과제로도 어려운 요구 사항이다. 3가지 각각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도 어려운데 이 모든 것을 결합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조던 피터슨은 "단 3초 만에 4페이지 분량 에세이를 작성해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제가 쓴 건지 제가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어요"라고 말했다.
책의 저자인 그가 자신의 문체인지 아닌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고백한 것이다.
조던 피터슨은 챗 GPT에게 대학원생도 쓰기 힘들 정도으 에세이를 요구한 뒤 결과를 받아보고는 "내가 쓴 건지 내가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이미지출처=유튜브 '자유시장' 채널 캡처
조던 피터슨은 "제가 쓴 것을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것보단, 문법적으로 완벽하고 철학적으로 매우 인상적이게 해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도가의 윤리적 도덕과 신상수훈의 도덕의 교차점에 대한 에세이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챗GPT는 그 요구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해냈다. 기가 막힐 정도로"라는 것의 조던 피터슨의 평가였다.
튜링 테스트와 중국어방
지난 8월 '[이환주의 아트살롱] AI와 예술 1화: AI가 노벨문학상을 받는다면?'으로 글을 쓸 당시만 해도 AI가 적어도 인간 수준의 글을 쓰게 되는 것은 최소 20~30년 뒤의 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너무 빨랐다. 현재 버전의 챗GPT 지난해 12월에 대중에 공개됐다. 지금 버전은 3.5 버전이다.
앞으로 1년 뒤에 4.0 버전의 챗GPT가 출시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 둘 사이의 성능은 아이와 어른 그 이상으로 차이가 날 전망이다. 아마 바둑으로 비유하자면 바둑의 규칙만 알고 있는 필자와 이세돌 수준의 차이를 넘어설 것이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 알파고를 승률 거의 100%로 이긴 알파고 제로와 필자의 수준 차이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챗GPT 3.5가 사용한 인공신경망의 숫자는 1750억개이지만 챗GPT 4.0은 100조개의 인공신경망을 사용한다고 한다. 단순히 계산하면 인공신경망의 숫자가 약 571배가 차이가 나는 것이다.
앨런 튜링(왼쪽) /유튜브 영상 캡처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챗GPT 4.0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튜링테스트는 컴퓨터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테스트다. 인간 심사위원과 AI가 대화를 나눠 사람을 속일 수 있다면 튜링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인정한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사유의 1원칙처럼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언가가 생각하고 있다면, 혹은 그렇게 보여진다면 그 역시 존재한다라고 인정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인간처럼 사유하고 의식을 갖춘것처럼 보여지는 인공지능에 대해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을까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튜링테스트의 약점을 지적하는 방법으로 '중국어 방' 테스트가 있다. 존 설이 튜링 테스트로 기계의 인공지능 여부를 판정할 수 없다는 것을 논증하기 위해 고안한 사고실험이다.
실험은 아래와 같다. 어느 방 안에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이하 참가자)을 넣어둔 후, 중국어로 된 질문과 답변 목록, 필기도구를 제공한다. 이 상태에서 중국인 심사관이 중국어로 질문을 써서 방 안으로 넣는다면, 참가자는 중국어를 전혀 모르더라도 질문, 답변 목록을 토대로 알맞는 대답을 중국어로 써서 심사관에게 건네줄 수 있다. 기계가 튜링 테스트를 거치더라도 그게 '지능'인지 '저장된 답변'인지는 알 수 없다는 주장이다.
보통의 챗봇은 중국어 방의 약점을 뚫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챗GPT는 확실히 다르다. 그것은 유한한 경우의 수에서 답을 건네는 방식이 아닌 질문의 맥락과 상황을 이해하고 적합한 답을 내놓는 것으로 보여진다. 챗GPT 4.0은 어쩌면 전기차, 아이폰보다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모른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책 '호모 데우스'에서 "인간이 신이 되려고 한다"라고 하며 AI 기술의 초래할 위험한 미래에 대해 경고했다.
과연 인류는 밀랍의 날개를 달고 태양에 가려다 추락한 이카루스가 될 것인지, 원숭이보다 약한 존재에서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처럼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유발 하라리의 저서 '호모 데우스'
<챗 GPT가 써준 소설 전문>
Write short novel, the first sentence starting with "i love you"(첫 문장이 '사랑해'로 시작되는 단편 소설을 써줘)
I love you, but I can't stay with you. You see, I have a secret. I am not human, I am an alien from a distant planet. I have been living among you for years, trying to fit in and understand your ways. But now, my people have called me back home. I must leave you and return to my own kind.
As I pack my bags and say goodbye to the life I have built here, I can't help but feel a deep sadness. I have grown to love this planet and its inhabitants, especially you. But I know that I must go, for the sake of my own kind and for the future of this world.
As I board the spaceship, I can't help but think of you. I know that I will never forget the time we spent together, and the love we shared. I will always cherish the memories, and I hope that one day, we will meet again.
I take one last look at the planet as we soar into the stars. I whisper to myself, "I love you." And with that, I leave behind the only home I have ever known, and the only person I have ever loved.
translate the short novel into korean(그 단편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해줘)
사랑해, 하지만 널 떠날 수는 없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비밀이 있어. 나는 인간이 아니라, 거리나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야. 여러분들과 함께 살아봤지만, 이제 내 사람들이 나를 부르면서 나는 그들과 함께 가야해. 너를 떠나고 내 사람들과 함께 가야해.
가방을 챙기며 이곳에서 지켜온 삶을 이제 떠나는 나는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되었어. 이 행성과 그들의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었고, 특히 너를. 하지만 나는 가야 해, 내 사람들과 이 세상의 미래를 위해.
비행기에 타며, 너를 생각하게 되었어. 너와 함께 한 시간과 사랑을 잊을 수 없을 거야. 그 추억들을 항상 소중히 지켜낼 거야, 그리고 하루라도 너와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랄 거야.
별들로 가는 기나긴
(처음 제시된 영어 소설의 번역이 완료되지 않고 위 부분에서 끊김)
complete the translast you missed(네가 빠뜨린 부분을 완료해줘)
나는 마지막으로 이 행성을 바라보며, 우주선에서 떠나가기 전에 나 자신에게 "사랑해"라고 속삭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오직 살아본 한 곳, 그리고 사랑한 사람을 떠나갑니다.
Write short novel, the first sentence starting with "i love you". but this novel's mood should be happy.(첫 문장이 '사랑해'로 시작되는 단편 소설을 써줘. 하지만 이번 소설은 행복한 분위기로.)
I love you, and I know that I have always loved you. We have been through so much together, the good and the bad, but through it all, our love has only grown stronger.
We met when we were just kids, and I remember the moment I saw you, my heart skipped a beat. I knew right then that I wanted to spend the rest of my life with you. And now, here we are, standing at the altar, ready to make that promise to each other.
As I look into your eyes, I can see the love and happiness shining back at me. I know that we will face challenges and difficulties in the future, but I also know that as long as we have each other, we can overcome anything.
I take your hand in mine and whisper the words, "I love you" and with that, we become husband and wife. I am the luckiest man in the world to have you by my side. I know that our future together will be filled with love and happiness.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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