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골퍼 '제니퍼 장'
세계아마추어랭킹 5위 이름 알려
2019년 프로 데뷔는 9위로 마감
올해 첫 대회는 '사우디 LET'
"한국 골프의 정신력으로 무장
리디아 고와 겨뤄 우승컵 들고파"
제니퍼 장
최근 한국 여자골프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역대 최악의 위기'라는 과격한 발언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한국 여자골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무대에서 고작 4승을 수확하는 데 그쳤다. 2011년 이후 가장 적은 우승 횟수다. 신인왕도 명맥이 끊긴지 오래다. 그런 점에서 한국 여자골프는 과도기다. 새 얼굴에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국 국적 선수 중에서는 최혜진(23)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신인왕 타이틀은 태국의 아티야 티티쿤에게 양보했지만, 27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10차례 진입하는 꾸준한 성적을 냈다. 그리고 한국 국적 선수는 아니지만, 교포 선수 중에도 신성이 있다. 바로 제니퍼 장(23)이다. 아직 한국 팬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고교 시절 엄청난 존재감을 보여줬던 제니퍼 장
노스캐롤라이나 주 챔피언십 4연패 쾌거
제니퍼 장은 한국인 이민자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미교포 2세다. 고교시절 노스캐롤라이나 최초로 2014년에서 2017년까지 4년 연속 주선수권대회(State Championship) 우승을 차지했고, 2017년 AJGA 폴로주니어 클래식 및 US 주니어걸스챔피언십 준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세계아마추어골프랭킹(WAGR) A등급 15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2회, 톱5 6회를 기록했다. 골프 명문인 USC에 진학한 후에도 꾸준하게 성적을 낸 제니퍼 장은 세계아마추어랭킹 5위까지 올랐다.
2019년 LPGA Q시리즈를 9위로 통과하며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제니퍼 장이었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2020년 다시 LPGA Q시리즈에서 떨어지는 시련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LPGA투어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에서 8위에 오르며 드디어 가능성을 폭발시켰다.
지난해엔 더욱 성장했다. KPMG 우먼스 PGA 챔피언십에서 10위, ISPS 한다 월드 인비테이셔널에서 11위, LPGA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15위에 등극하며 '톱20급' 선수로 발돋움했다. 전체 상금 순위도 77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Q 스쿨을 가볍게 통과한 제니퍼 장
메인 스폰서 계약 때문에 최근 한국에 들어온 제니퍼 장은 좋아하는 곱창도 먹고 할머니댁도 방문하며 오랜만의 휴식을 만끽하고 있다. 그 탓일까. 현재까지는 몸도 마음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아직 프로로서는 무명이지만, 천재 소리를 들었던 아마추어 당시의 좋았던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 그녀의 말이다.
그녀의 골프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는 '안정성'이다. 제니퍼 장은 "50야드 존은 나에게 가장 자신있는 거리"라고 웃으며 말했다. 고감도 아이언샷은 그녀의 최고 장점 중 하나다. 처음 프로에 입성했을 때만해도 드라이브에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체력을 많이 보강해 거리에도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다. 지난해 눈에 띄게 성적이 좋아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니퍼 장 사우디 대회 출격... "올해 꼭 우승하고 싶어요"
제니퍼 장의 올해 첫 대회는 오는 2월 16일부터 나흘간 사우디아라비아 킹 압둘라 이코노미 시티 로열 그린스 골프장에서 펼쳐지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아람코 사우디 레이디스 인터내셔널이다. 총상금 500만달러(약 62억원), 우승상금 75만달러(약 9억3000만원)로 LET 사상 가장 큰 상금이 걸렸다.
제니퍼 장은 "한국 골프는 굉장히 강하다. 특히, 정신력이 강하다는 느낌이 든다.
투어에서 버텨내기 위해서는 정신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디아 고 선수도 이번 사우디 대회에 출전한다고 들었다. 올해는 꼭 한번 우승컵을 들어보고 싶다"며 첫 대회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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