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64억2000만원에 낙찰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위쪽)과 17억원에 낙찰된 이우환의 '점으로부터'. 뉴스1
지난해 미술품 경매시장의 최대 이슈는 고점을 찍었던 2021년에 비해 낙찰총액이 30% 이상 줄어들면서 거래 규모가 쪼그라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하나 주목해야 할 사실은, 국내 경매시장 1위 자리를 지켜오던 이우환이 '호박 작가'로 유명한 일본 화가 쿠사마 야요이에게 왕좌를 내줬다는 점이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이달 초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쿠사마 야요이는 국내 10개 경매사에서 총 116개 작품이 거래돼 낙찰총액 276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작품별 최고 낙찰가 1위도 지난해 11월 서울옥션을 통해 거래된 2014년작 '호박(Pumpkin)'으로 64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쿠사마 야요이는 이밖에도 작품별 낙찰가 톱10에 '무한 그물에 의해 소멸된 비너스상'(44억원), '여름 별'(18억원) 등 5개 작품을 포함시키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렇다고 이우환에 대한 관심이 완전히 사그라든 건 아니다. 이우환은 지난해 낙찰총액 254억5000만원을 기록하며 1위에 가까운 2위에 올랐다. 3위 박서보(123억4000만원), 4위 김환기(77억1000만원), 5위 이배(71억1000만원) 등과 비교해도 거래 작품수나 낙찰총액에서 월등히 앞선 성적을 기록했다. 이우환과 쿠사마 야요이가 한국 미술품 경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전혀 지나친 말이 아니다.
길거리 화가에서 '아트 바젤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일본의 젊은 작가 아야코 로카쿠의 선전도 눈에 띈다. 1982년생인 아야코 로카쿠는 총 42개 작품이 59억7000만원에 거래돼 작가별 낙찰순위 7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다.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급부상한 MZ세대 컬렉터들의 열광적인 지지가 상승세의 원동력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물방울 작가' 김창열(6위·62억8000만원)을 비롯해 이건용(8위·45억2000만원), 유영국(9위·40억9000만원), 박수근(10위·36억5000만원)이 톱10에 이름을 올렸고, 윤형근(11위·35억원), 전광영(12위·30억7000만원), 정상화(14위·24억9000만원), 이강소(18위·19억6000만원), 김태호(19위·19억1000만원) 등이 20위권에 들었다.
또 외국 작가로는 쿠사마 야요이, 아야코 로카쿠 외에도 스탠리 휘트니(13위·28억2000만원), 요시토모 나라(16위·20억6000만원), 데이비드 호크니(17위·19억7000만원), 샤라 휴즈(20위·18억9000만원) 등이 국내 미술 애호가들의 부름을 받았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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