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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부금리 10%? 車계약 취소할게요" 신차 포기 속출

국내 완성차 1월 판매 실적은 '견조'
고금리-대기기간 축소로 전망 '흐림'
저금리 할부 상품 등 대책 마련 분주

"할부금리 10%? 車계약 취소할게요" 신차 포기 속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지난 1월 판매 실적이 지난해 동월 대비 8.7% 증가했지만 고금리로 계약 취소가 잇따르면서 고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선적 대기 중인 자동차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경기 침체에도 지난 1월 견조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지만 고금리 여파로 할부 이자가 급등하면서 계약취소가 잇따르자 고심이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출고 대기 기간도 빠른 속도로 단축되고 있다.

계약 줄취소에 출고 대기기간 단축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한국GM,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 국내 5대 완성차의 1월 국내외 판매량은 57만6032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월(52만9720대)과 비교해 8.7%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으로 보면 국내 5대 완성차의 국내 판매량은 10만448대로 전년 보다 7.1% 늘었고, 해외 판매 실적은 47만5371대로 9.1% 증가했다.

반도체 수급난이 일부 해소되면서 생산이 확대된데다, 지난해 쌓아놓은 대기물량(백오더)도 많아 양호한 판매 실적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르노코리아를 제외하면 현대차, 기아, 한국GM, 쌍용차 4개사는 내수와 해외 판매가 모두 증가했다.

문제는 시장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고금리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캐피털사들의 일반적인 자동차 할부상품 금리는 이미 10%대로 치솟았다. 이처럼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계약을 취소하는 등 신차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다.

계약취소 건수가 늘면서 출고 대기기간도 빠른 속도로 단축되고 있다. 실제로 제네시스 GV80 2.5T 휘발유 모델의 경우 작년 11월만 하더라도 30개월을 대기해야 한다고 안내했지만, 올해 1월에는 18개월, 이달에는 10개월까지 예상 대기기간이 단축됐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 GV70(휘발유)은 16개월에서 6개월로, 기아 쏘렌토(10개월)에서 5개월로 줄었다. 기아 카니발(경유)은 16개월에서 6개월로 짧아졌다. 비인기 차종의 경우에는 대부분 2개월 이내에 차량 인도가 가능하다.

수입차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고객 충성도가 높은 일부 브랜드를 제외하면 계약취소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1월 수입차 신규등록 대수는 1만6378대로 전년 대비 8.1%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수입차의 경우 고가인 경우가 많아 고금리의 영향을 더 빨리 받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할부금리 10%? 車계약 취소할게요" 신차 포기 속출
1월 완성차 국내·해외 판매실적 /그래픽=정기현 기자
저금리 할부상품 내걸고 '안간힘'

상황이 이렇자 자동차 업체들은 저금리 할부 상품 등을 내걸며 고객 이탈 방지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례적으로 변동금리 할부 상품을 내놨다. 3개월 주기로 금리가 바뀌는데 향후 금리가 떨어질 경우 이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고객들에게 설명할 예정이다. 금리가 추가로 오르게 될 경우에도 대비해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기아의 경우 할부 기간이나 선수율 등 조건을 직접 정할 수 있는 상품도 함께 공개했다.

르노코리아는 전 차종에 대해 연 2.9%(최대 12개월), 한국GM은 연 3.9%(최대 60개월) 금리가 적용되는 저금리 할부 상품을 운영하고 할인 혜택을 늘린다.
쌍용차도 차량 값의 절반을 먼저 내면 무이자를 적용하는 할부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수입차 중에선 BMW가 지난달 5시리즈 일부 모델에 대해 연 1.9%대 저금리 할부 상품을 내놔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인기 차종을 빼면 계약취소 건수가 꾸준히 늘어 대기기간이 상당히 단축됐다”면서 "저금리 할부 상품이나 할인을 더 확대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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