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로 비상경영
5공장 토목공사, 1월 → 3월 연기
협력사 등 현장에선 이미 칼바람
SK하이닉스도 생산량 조절 돌입
'반도체 한파'로 지난해 4·4분기 실적에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가 평택캠퍼스 5공장(P5) 공사를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올해 1월 공사가 예정됐지만 반도체(DS) 부문 실적이 적자를 겨우 면하는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공사 시기를 늦춘 것으로 분석된다.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SK하이닉스도 설비투자 금액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반도체업계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협력사들에 평택캠퍼스 P5 공사가 3월에 시작된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P5 공사가 당초 예정된 1월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고, 삼성전자 실적도 저조해지면서 공사가 늦춰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지난해 4·4분기 DS부문 영업이익이 27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6.9% 급감했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가격 급락과 재고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지만,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부문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악화에도 "올해 (반도체) 캐펙스(설비투자)는 전년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협력사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의 실적악화 여파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본래 한 달에 20장 나오는 식권을 하루에 한도 없이 사용 가능했는데, 최근에는 하루 2장으로 제한해 비상상황임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프린터 복사용지를 포함해 소모품비 50%를 절감하고 해외출장도 절반 이상 줄이는 등 비상경영 체제를 선언한 바 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4분기 매출액 7조6986억원, 영업손실 1조7012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10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률도 22%로, 반도체를 생산할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밝힌 바와 같이 올해 투자를 전년(19억원) 대비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제품도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 조절에 나서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삼성전자도 실적발표 당시 '인위적 감산'은 없지만 생산라인 최적화 등 '자연적 감산'을 시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연적 감산'과 SK하이닉스·마이크론·키옥시아 등의 감산 영향으로 올해 하반기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가격이 급락한 메모리반도체 사용량을 늘리며 시장 수요도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올해 1·4분기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13~18%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반기 반도체 부문의 실적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을 줄이고 있지만, 수요가 워낙 불확실하고 가격도 2·4분기까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올해 1·4분기 실적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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