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모스크바 정유공장.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이 5일(현지시간) 러시아산 경유(디젤) 등 정유제품의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반사이익을 볼지 관심이 쏠린다. 정유업계는 지난달 중순 러시아산 원유에 적용된 가격 상한제는 큰 영향이 없었지만 제품 가격 상한제는 다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EU와 G7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간), 5일부터 러시아산 경유와 중유 등 정유제품 가격에 상한제를 둘 것을 합의했다. 경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는 배럴당 100달러의 상한선이, 중유 등 저부가가치 제품에는 배럴당 45달러의 상한선이 걸린 점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가격 상한을 넘긴 정유제품을 EU, G7 등에 운송하려는 해운사는 해당 국가의 보험 및 금융사 서비스 이용이 금지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사실상 큰 영향이 없었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1배럴당 60달러)와 달리 러시아산 정유제품 상한제는 일부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 정유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산 원유 상한제가 걸려 있다고 해도 시장에는 여전히 러시아산 원유가 수출되고 있는 등 시장에 큰 영향을 못 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러시아산 정유제품 가격 상한제는 (EU 등 국가들의) 수입 제품 양 자체를 줄어들게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EU를 비롯한 전 세계의 정유제품 수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공급이 줄면 제품 가격이 오르고, 미국·아시아 등에 주문이 몰려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 IEA 오일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EU의 지난해 1·4분기 석유수요는 하루 평균 1300만배럴이었지만 4·4분기 1400만배럴로 7.7% 늘었다. 업계는 같은 기간 정유제품 수요도 함께 늘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대형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럽 겨울 날씨가 예상보다 춥지 않아 난방유에 대한 수요는 크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이후 경기 재개 등으로 산업용과 항공유 쪽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이에 대한 효과는 올해 2·4~3·4분기 즈음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이날부터 EU가 기존 러시아산 원유에 적용하고 있던 수입 금지 조치를 정유제품에까지 확대한 것도 국내 정유사들에 호재다. EU는 지난달 중순부터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 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해외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장기 계약을 채택하고 있고, 이번 조치에 대비해 재고도 많이 쌓아둔 만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국내 정유사들이 해외 수출을 최대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 늘어날 수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지난해 2·4분기처럼 경유 제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해 2·4분기 두바이유 대비 경유 제품 스프레드(제품가-원가)는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다. 코로나19 전 가격이 10달러 선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오른 셈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물론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악재보다는 호재인 상황이 맞다”며 “다만 해당 조치가 시장 판도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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