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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파리바게뜨 피자빵이 간절한 오후 3시

[파이낸셜뉴스] 지난 연말 송년회에 가던 길, 부랴부랴 파리바게뜨에 들렀다. 먼저 와있던 A는 '피 묻은 케이크'를 사 왔다며 구박했다. 화끈거리는 얼굴로 "시간이 늦어 문 연 곳이 없더라"고 얼버무렸다. 그때의 당혹스러움이 잊히지 않는다. 이 글은 그 당혹스러움을 공유하는 모든 이를 위한 글이다. 나의 소울푸드는 파리바게뜨 피자빵이다. 달큰한 케찹 소스와 짭조름한 소시지. 오후 3시께 기사를 마감할 때쯤 혈당을 올리는 최고의 맛. 그 2800원짜리 피자빵을 지난해 10월 15일 이후 한 번도 사 먹지 못했다. 아니, 않았다.

지난해 SPC그룹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에서 직원 박 모씨가 근무 중 소스 배합기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허영인 회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그룹 전반 안전 관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은 무색했다. 대국민 사과 이틀 만에 샤니의 제빵공장에서 직원이 근무 중 집게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소비자들은 불매운동에 나섰다.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SPC의 멤버십 앱인 해피포인트의 일간 활성 이용자가 사망 사고 당일 15일 기준 62만8000명에서 다음날 57만8000명으로 감소했다. 사고 1주일 뒤인 22일엔 53만1000명을 기록 약 15% 줄었다. 여파는 케이크 대목인 12월에도 이어졌다. 해피포인트 앱의 12월 월간 활성이용자 수는 2020년 564만명, 2021년 538만명 수준이이었다. 지난해에는 423만명에 불과했다. 1년 새 약 20% 떨어진 것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대학가 등 젊은 층이 몰리는 지역 상권의 매장이 직격탄을 맞았다”며 "최대 30% 정도 떨어졌던 매출이 일부 회복된 곳도 있지만 아직도 전년 대비 10% 매출이 하락한 곳도 있다"고 말했다. 2020년 기준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SPC 운영 가맹점 수는 6000개에 달한다. 퇴직금에 온갖 대출을 끌어안고 가맹점을 연 6000여명의 가맹점주가 불매운동 중단을 호소하고 있다. 불매운동의 딜레마다. 정치인들이 나서 '노 재팬'을 외칠 때 일식집과 이자카야 사장들은 절망했다.
결국 SPC가 약속을 지킬 때 불매운동은 끝날 것이다. 실제 노동자의 근무 환경 개선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오늘도 3시께 피자빵이 간절해졌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