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운용사 공모펀드 시장 격돌
타임폴리오 4년만에 2종 신규출시
VIP도 자체 1호 공모펀드 선보여
시장 침체에 흥행할지는 미지수
공모 인가를 따낸 사모운용사들이 새 판에서 경쟁을 벌인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 이어 4년 만에 공모펀드 2종이 신규 출시됐다. 운용사들은 개인투자자 접근성을 대폭 높이는 동시에 몸집이 커진 퇴직연금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공모펀드시장 자체가 침체된 만큼 극복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자산운용 업계에 따르면 VIP자산운용은 지난 1일 자체 1호 공모펀드인 'VIP The First'를 선보였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에서 집합투자업(공모펀드 운용사) 인가를 받은 지 약 7개월 만이다.
이 펀드는 일반투자자 투자금 300억원에 회사 고유자금 34억원을 얹어 설정하는 7개 사모자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형태로 설정됐다. 손익차등형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손실이 발생해도 원본의 10%까지 운용사 자기자본이 이를 먼저 받아들이고 고객이 15%의 수익을 얻을 때까지 운용사는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 2024년 12월까지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이다.
더제이자산운용(옛 J&J자산운용)은 같은 날 첫 공모펀드 더제이 더 행복코리아증권펀드의 출시를 알렸다. VIP운용과 달리 일반주식형 상품이다.
더제이운용은 1월 말 기준 운용자산이 3조4003억원에 이른다. 액티브 주식형이 95%에 달하는 만큼 그 전문성을 공모펀드 운용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향후 채권형 펀드도 산보일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19년 포문을 열었던 타임폴리오운용과의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지난해 9월 공모 인가를 받고 역시 사모재간접 상품을 준비 중인 DS자산운용까지 포함하면 4각 체제가 이뤄진 셈이다.
다소 상이했던 기존 사모펀드 운용 철학 및 방향성은 공모펀드에도 반영될 예정이다. 타임폴리오운용은 시장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추구한다. VIP운용은 가치투자, DS운용은 비상장주식에 특화돼 있다.
이들이 공모시장에 발을 들인 배경에는 300조원 규모로 몸집이 커진 퇴직연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작용했다. 최광욱 더제이운용 대표는 "폐쇄형이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고객들에게 수익을 안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퇴직연금시장에서 대표 액티브 주식형 펀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입자군을 확장하려는 의도도 감지된다.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금이 3억원인 반면, 공모펀드는 금액 하한선이 없어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고액자산가들 전유물이었던 사모펀드에 간접투자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그럼에도 투자금 모집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공모펀드시장 자체가 대체투자나 상장지수펀드(ETF)에 밀리는 터라 이를 타개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며 "증시도 아직 추세적 반등 구간에 진입하지 않은 상태"라고 짚었다.
액티브 ETF 시장에서의 격돌도 점쳐진다.
타임폴리오운용은 이미 7개 ETF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지난 1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평균 수익률 7.32%를 기록했다. 유동성 공급자(LP) 모집 등 여러 난관이 있는 만큼 나머지 3개 운용사는 당장 ETF를 내놓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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