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권리보장원-서울 동작경찰서
DNA 대조 등 협업으로 만남 성사
헤어진 뒤 서로 찾지 못하던 장기 실종 가족 언니 장희재 씨(왼쪽)와 동생 장희란 씨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58년 만에 다시 만나 끌어안고 있다. 뉴스1
연초부터 유전자(DNA) 대조를 통해 헤어진 가족의 상봉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과 서울 동작경찰서는 DNA 대조 작업 등 협업을 통해 58년 전 실종된 자매의 상봉을 지난 1월 31일 성사시켰다.
DNA 대조로 여동생을 찾은 A씨가 두 여동생과 이별을 한 것은 지난 1965년 3월께다. 당시 두 여동생은 서울 영등포에서 동대문으로 향하는 전차를 탔다가 그곳에서 어머니 손을 놓쳤다고 한다. 이후 A씨는 지난 1983년 TV 프로그램 '이산가족을 찾습니다'에 출연하는 등 동생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연이 닿지는 않았다고 한다. 헤어진 동생들이 아동보호시설에 보내진 뒤 이름과 생일이 바뀌다 보니 이름, 나이 등과 같은 정보로는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이들의 상봉은 A씨와 한 동생이 우연히 비슷한 시기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면서 성사됐다. 아동권리보장원을 통해 두차례 유전자 검사를 실시했고 신고자 2명의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반세기 넘는 기간 동안 잃어버린 가족을 찾겠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가족을 찾은 여동생들은 또 하나의 선물도 받게 됐다. 가족과 헤어진 이후 이들은 보호시설에서 임의로 만들어준 이름과 생일을 현재까지 사용했는데, 이번에 본명과 생년월일을 찾았다.
지난달에는 전남 신안군 가거도에 살고 있는 이현정씨도 DNA 대조 덕분에 헤어진 언니들을 46년 만에 찾게 됐다. 이씨와 두명의 언니들은 이달 중 만날 예정이다.
이씨의 언니들은 외할머니와 함께 부산에서 서울 집으로 올라오던 길에 울산역 어딘가에서 헤어졌다고 한다. 힘들었던 시기다 보니 외할머니가 많이 돌봤다고 한다.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해 외할머니가 언니들과 함께 부산에서 서울로 오던 중에 둘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언니들 나이 6~7살 때 일이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부모님은 언니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하지만 끝내 언니들을 찾지 못했고 부모님 두 분은 돌아가셨다. 이씨의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도 잃어버린 언니들을 꼭 찾으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씨가 DNA를 등록하게 된 것은 5년 전이었다. 부모님 모두 돌아가신 상황에서 가족이 없다는 외로움이 컸다고 한다. 그렇게 존재만 알고 있었던 언니들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아동권리보장원에 DNA를 등록하게 됐다.
언니들도 어머니를 찾기 위해 유전자 등록을 했던 상황이라 '가족의 연'이 다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씨는 "어머니가 자식 사랑이 깊으셨는데 (내가 받은) 사랑을 언니들한테도 베풀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동권리보장원은 2004년부터 실종아동 등에 대한 유전자 검사 사업을 시작해 실종아동과 실종자를 찾는 보호자의 유전정보를 '실종아동업무시스템'에 등록해오고 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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