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명의 왕'이 발현하는 산이라 하여 발왕산
모노레일 타고 만나는 알파카 '귀염 폭발'
'왕이 나오는 산'이라는 뜻의 발왕산은 과거부터 수리부엉이가 살았던 산으로도 유명하다. /사진=이환주 기자
【평창(강원)=이환주 기자】 "예(여기)가 왕이 날 산(山)인가?" 강원 평창 발왕산은 과거 8명의 왕이 날 기운이 있다고 해 '팔왕산'으로 불렸다. 이후 현재의 이름인 발왕산으로 불리며 왕이 발현하는 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발왕산은 해발 1458m로 우리나라에서 12번째로 높은 산이다.
풍광은 사계절 언제와도 아름답지만 백미는 겨울이다.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도깨비', '겨울연가'의 촬영지가 발왕산이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칭 타칭 발왕산에 미쳤다는 신달순 용평리조트 사장은 "지금은 왕이 없지만 한 분야의 최고인 피겨왕, 제빵왕, 가수왕이 발왕산 기운을 받아 이곳에서 나왔다"며 "스키를 타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발왕산에 조성한 '천년주목숲길'은 이야기와 자연을 함께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발왕산 내에 조성된 '천년주목숲길'의 초입 모습.
자연과 시간이 만든 기적, 천년주목숲길
발왕산은 산악인들에게는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도 편하게 오를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면 어린아이는 물론 휠체어를 탄 사람도 편하게 발왕산 정상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발왕산 정상의 스카이 데크에서 내려다보면 발왕산의 골과 능선이 한눈에 펼치지며 삼각형이 만들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가늠할 수 있다. 또 수천년의 시간 동안 자라난 '주목' 군락지에 조성된 주목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스키를 타고 바람을 가르는 즐거움과는 전혀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발왕산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는 발왕산의 능선이 다양한 삼각형이 맞물려 있는 모양으로 산세를 이루고 있다.
주목은 '줄기의 껍질과 속 색깔이 모두 붉다'라는 뜻으로 주로 고산지대에 자라는 상록수다. 3.2km로 조성된 발왕산 천년주목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1시간 30분 동안 살아있는 이야기를 가진 수많은 주목들을 만날 수 있다.
주목숲길의 초입에는 어미와 자식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마유목'을 만날 수 있다. '마유목'은 속이 비어 가던 야광나무의 품 속에서 뿌리를 내린 마가목이 일심동체로 서로 의지하며 한 그루처럼 자라나고 있다는 뜻이다. 속이 비어 있어 딱 한 사람이 그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주목에는 '고해주목'이란 이름이 붙었다.
나무 줄기 속에서 하늘을 보면 뚫린 구멍으로 한 줄기 빛이 들어오는데 모든 근심과 걱정을 놓고 가라는 의미다. 산악인 엄홍길이 고해나무 속에 들어가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사진이 유명하다.
학문의 상징인 서울대 정문을 그대로 닮은 '서울대나무'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줄 듯 하다. 또 줄기의 꼬임이 신묘하게도 '8'자 모양으로 꼬여 있는 '8자주목', 아버지의 우람한 풍채를 닮은 '아버지왕주목'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주목을 만날 수 있다.
천년주목숲길에 있는 '8자주목'의 가지가 영원과 행운을 상징하는 숫자 '8'을 닮아 있다.
사람이 손 대지 않은 발왕산에 이처럼 다양한 주목들이 숨어 있는 것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할 정도다. 또 그 주목들을 관심을 갖고 발견해, 이름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고, 주목숲길을 조성한 사람의 노력도 가상하다.
주목숲길의 끝 무렵에는 산에서 솟아난 샘물로 목을 축일 수 있는 '발왕수'를 만날 수 있다. 총 4개의 꼭지에서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데 각각 △재물 △장수 △지혜 △사랑이란 문구가 써있다. 미신(소원을 이뤄준다)인줄 알면서도 재물 꼭지에 바가지를 대고 찬 물을 뱃속에 넘기며 '올해는 꼭 삼성전자 주식이...'이런 생각을 해본다. 한 잔 먹고 돌아서려니 서운해서 이번엔 '사랑' 꼭지의 물을 바가지에 담아본다.
'귀여움 한도 초과' 알파카 먹이주기
지난 1월 19일, 발왕산 내에 있는 용평리조트의 드래곤벨리호텔에서 1박을 했다. 호텔 로비에 '윈터 코리아 페스티벌'이라는 문구와 귀여운 알파카 인형 한 쌍이 있었는데 후에 그 의미를 알게 됐다.
발왕산 해발 900~1000m사이에 조성된 '애니포레'는 가문비치유숲과 가문비광장, 그리고 알파카 목장이 있는 치유 공간으로 유명하다. 미니 모노레일을 약 10분간 타고 발왕산을 올라가면 애니포레에 갈 수 있다.
애니포레는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는데 알파카를 비롯해 양, 염소, 토끼 등 다양한 동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알파카 농장에 가서 건초 더미를 산 뒤 먹이주기 체험을 하다보면 어른이나 아이나 동심에 젖어든다. 알파카는 낙타과에 속하는 포유로로 복실한 텅뭉치를 보다보면 양과 포메라리안과 모든 귀여운 동물을 합쳐 만든 어떤 것처럼 보인다.
애니포레에서 만난 알파카가 건초 더미를 받아서 먹고 있다.
애니포레는 날이 좋은 봄과 가을에는 1800여 그루 나무 속에서 요가나 명상 등을 할 수 있는 웰니스 관광지로 변모한다. '피톤치드'는 나무들이 해충을 떼어 놓기 위해 내뿜는 물질로 사람에게는 좋은 영향을 준다고 한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에서 요가와 명상을 하고, 책 한권 읽은 뒤 알파카와 기념 사진을 남겨보자.
강원도 평창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곳이다. 그리고 2024년 1월에는 강원동계청소년 올림픽이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달 19일,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2023 윈터 코리아 페스티벌' 데이에는 올림픽 개최 관계자는 물론 김진태 강원도지사,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기도 했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스키장 위에 마련된 임시 좌석이었지만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에일리의 공연이 끝날 때까지 사람들은 꽁꽁언 발 위에 손 난로를 옮겨 놓으며 자리를 지켰다.
지난 1월 19일 열린 2023 윈터 코리아 페스티벌 데이에서 홍보대사를 맡은 피겨여왕 김연아가 축사를 하고 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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