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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판 깔아준 ST시장… 선박도 쪼개서 판다 [시동 걸린 조각투자 시장 (上)]

제도권 포함되며 신뢰·투명성 확보
명품·미술품 넘어 선박ST도 추진
가상자산시장 자금 흡수 기대감도
규제 대상되며 투자자 보호도 가능

정부가 판 깔아준 ST시장… 선박도 쪼개서 판다 [시동 걸린 조각투자 시장 (上)]
금융위원회가 조각투자 플랫폼들을 제도권 품으로 안으면서 사업의 투명성과 신뢰성은 확보됐다. 여태껏 애매한 위치에서 눈치게임을 벌였던 사업자들은 안전성이 담보된 상품을 출시하며 투자자 모집, 사업 저변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제시한 요건들이 녹록지 않은 만큼 시장 안착 과정에서 선별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제 당당하게 사업 영위"

7일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국내 조각투자 사업자들은 지난 5일 금융위의 토큰증권(ST)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방안 발표를 두고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정정당당하게 사업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맞춰 일부 사업 조정도 실시하고 있다.

취급상품이 증권으로 결정됨에 따라 증권신고서 제출 등 신경 쓸 부분이 늘었으나 공인된 판에서 정식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겠다는 전략이다. 조각투자 플랫폼 관계자는 "당국의 감독 아래 조각투자 업계가 제도권에 편입된 상태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됐다"며 "산업 저변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현물 조각투자 플랫폼 피스는 선박ST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발행 허용으로 기존 다루던 명품, 미술품 이외에 소형부터 대형 선박까지 투자할 수 있는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다. 이를 위한 블록체인 관련 메인넷 개발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트레져러는 2대 주주인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과 협업해 ST 발행에 힘쓰고 있다. 소투 역시 신한투자증권과 함께 상품을 준비 중이다. 이번 정비방안에서 비켜서 있는 곳들도 있다. 비정형적 증권을 ST가 아닌 기존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하겠다고 하면서다.

뮤직카우는 지난해 9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고 신탁 수익증권(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으로 사업 초점을 맞췄다. 뱅카우 운영사 스탁키퍼 역시 투자계약증권 발행에 힘쓸 계획이다. 상품이 만기를 가진 펀드에 가까운 구조라 블록체인 기반 ST라는 발행 형태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가상자산시장의 자금을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피스 운영사) 대표는 "여태껏 접근이 어려웠던 투자대상을 누구나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본질"이라며 "특히 보유자산을 근거로 한 ST들이 내재가치 없는 가상자산 시장 일부를 흡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국이 기존 가상자산 시장의 천문학적 자금 일부가 제도권으로 유입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을 수 있다"며 "가상자산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반면 STO는 실체가 있는 자산을 기초로 삼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투자자 보호가 핵심"

당국 입장에선 시장 기반을 다진 동시에 규제 대상에 이들을 올림으로써 투자자 보호라는 실리와 명분 모두를 챙겼다.

조각투자가 자본시장법 테두리에 들어오면서 사업자들로부터 증권신고서, 투자설명서 등을 제출받거나 일정 규모 자기자본, 인력 등을 갖추도록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파산이나 불완전판매 등 위험 요소를 배제한 셈이다.

소액투자자 투자액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고 거래방식도 주식과 같은 경쟁매매가 아니라 다자 간 상대매매로 결정됐다.

앞서 지적됐던 투자금 자체 보관 문제도 해소 수순을 밟고 있다. 뮤직카우 이용자들은 키움증권 계좌에 투자금을 예치할 수 있다. 트레져러도 NH농협은행과 한국토지신탁에 각각 예치금, 동산을 분리했다. 루센트블록(소유 운영사) 계좌관리는 하나증권이 맡고 있다.

이번에 허용한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신설 시 우려도 봉합해놨다. 부실화 또는 폐업 시에도 블록체인 기록 확인이 가능하다. 권리 초과분 발생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는 전자증권법에 따라 보상된다.

다만 이는 원칙적 차원이다. 자체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한 탓에 증권사들과 협업이 일반적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행과 유통의 엄격한 분리 역시 핵심 쟁점이다.
이를 겸하고 있다면 개편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실제 테사는 기존 유통시장(마켓)을 폐쇄하고 금융기관을 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수영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분명한 경계가 있는 발행, 유통 사업자가 서로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된다”며 “투자자들 역시 ST가 음식이 아닌 그릇임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