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살아 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양상이 나타난다. 도시 체계에 나타난 최근의 중요 현상은 승자독식 도시화(Winner-Take-All Urbanism)이다. 승자독식 도시화란 뉴욕, 런던, 도쿄, 파리 등과 같은 소수의 슈퍼스타 도시에 자본과 인구가 집중하여 다른 도시와의 경제적 격차가 심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슈퍼스타 도시에는 여러 분야의 고급인재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가장 높은 수준의 첨단기술 혁신을 창출하고, 가장 많은 자본과 투자를 끌어들이고 금융,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첨단산업 분야의 일류기업들이 모여든다. 이 도시들은 핵심적인 문화, 글로벌 금융 및 경제 중심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도시경제학자인 리처드 플로리다 팀은 슈퍼스타 지수(Superstar Index)를 2018년 개발했는데 경제력, 재정규모, 국제경쟁력, 국제도시지수, 삶의 질이라는 5개 지표의 순위를 종합한 것이다. 이 지표의 첫 번째 그룹은 뉴욕(48점), 런던(40점)이고 두 번째 그룹은 도쿄(29), 홍콩(21), 파리(19), 싱가포르(17), 로스앤젤레스(13)가 7위까지를 차지하고 있다. 세 번째 그룹은 8위인 서울(11)을 비롯해 빈(10), 스톡홀롬(9), 토론토(9), 시카고(8) 등이 위치해 있다.
최근 슈퍼스타 도시에 나타난 특징은 부동산 가격의 폭등이다. 이는 두 종류의 집중화 현상 때문에 나타난다. 첫 번째는 전도유망한 고급인재의 집중이다. 이 도시들은 민족, 인종, 국적을 초월하여 고급인재들을 끌어모으고 고급 레스토랑, 극장, 갤러리, 나이트클럽, 기타 편의시설의 수요를 유발한다. 두 번째는 지식기반산업과 기업의 집중화이다. 고급인재가 모인 곳에 입지하기를 원하는 첨단기업들의 집중화는 새로운 경제적 위상을 만들고 경제성장을 추동하는 신산업 클러스터를 발전시킨다.
고급인재와 첨단기업의 집중화는 성장의 동력이지만, 제한된 선호 지역과 토지에 대한 경쟁을 증가시킨다. 지난 10~20년 사이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슈퍼스타 도시의 상업업무 및 주거용 토지에 대한 경쟁은 더욱 가열되었다. 한정된 공간에 더 많은 수요가 발생할수록 지가는 올라가고, 지가가 올라갈수록 주택가격도 높아진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면적이 전국의 11.8%이지만 인구는 전국 대비 1970년 29%인 936만명에서 2020년 50.1%인 2598만명으로 높아졌고 국제적 기업이 집중화되는 세계적 슈퍼스타 도시권으로 성장했으며, 이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승자독식 도시화 현상은 몇몇 경쟁력 있는 대도시에는 번영을 약속하지만 이외의 도시들은 쇠퇴할 수밖에 없는 완전히 다른 도시의 미래를 제시한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두 가지 과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첫 번째는 슈퍼스타 도시인 서울과 수도권은 국제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냐는 과제이다. 두 번째는 기업과 인구를 수도권에 빼앗기고, 동시에 인구감소 현상으로 급격히 쇠퇴하는 지방 중소도시의 문제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과제이다. 이 주제들은 다음 칼럼부터 순차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구자훈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교수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