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범도입 후 61년만에 전환
근무시간 8 → 12시간 늘었지만
이틀간 쉴 수 있어 직원들 만족
LG화학 이어 롯데·한화도 검토
산업계 4조2교대 도입 급물살
9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2023년도 임금교섭 조인식에서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왼쪽)과 박율희 SK이노베이션 노조위원장이 노사 합의서를 함께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SK이노베이션 노사가 61년만에 생산직 근무방식을 4조2교대로 전환한다. 석유화학업계 1위인 LG화학이 시범 운영에 들어간데 이어 정유업계 맏형인 SK이노베이션까지 4조2교대 전면적으로 도입하면서 에너지 업계 전반에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중심의 근무환경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2023년도 임금교섭 조인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박율희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위원장 등 노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임협 결과에 따라 SK이노베이션 울산CLX 구성원들의 근무체계는 이달 8일부터 4조2교대로 전면 전환됐다. SK이노베이션 지난해 2월 8일부터 이달 7일까지 1년 간 4조2교대를 시범 도입한 바 있다.
4조2교대 체제에서 SK 울산CLX 구성원들은 하루 근무 시간이 기존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어나지만, 이틀을 집중해 근무한 후 이틀을 연이어 쉴 수 있어 충분한 휴식시간을 갖게 된다. 기존 4조3교대제는 하루 8시간씩 3일 연속 근무하고 하루를 쉬는 구조다. 24시간 연속해 돌아가는 울산CLX 공정 특성상 3일간 주간, 야간, 주야간 근무가 섞여 있어 삶의 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근무 형태 전환 등을 포함한 이번 임협은 지난달 19일 교섭을 시작한지 11일 만인 1월 30일 잠정합의안이 나왔고, 노조가 이달 7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벌인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96.75%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최종 타결됐다. 투표율은 96.09%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5.1%로 확정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2017년부터 이어온 임금협상 원칙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려준 노동조합과 교섭위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노사가 힘을 합쳐 최고의 노사문화를 만들어 온 것처럼 구성원의 신뢰와 지지를 토대로 지속가능한 선진 노사문화의 시대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외에도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다른 에너지 기업들도 최근 4조2교대로의 전환을 앞다퉈 검토하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이르면 연내 4조2교대 근무 방식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도 같은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롯데케미칼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은 상태이며 한화솔루션은 최근 이와 관련해 현장 교대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부결됐다. 한화솔루션은 "다른 회사들의 전환 여부를 지켜본 뒤 도입을 다시 결정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중후장대 업종인 에너지업계에 워라밸 바람이 거세지면서 철강, 전자, 조선 등 산업계 전반으로 4조2교대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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