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

'고평가 논란' 오아시스마켓 상장 가시밭길

수요예측 참가한 기관 다수
공모가 희망 하단 이하 써내

'새벽배송 1호 상장'을 꿈꾸던 오아시스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이며 '상장 불가론'에 직면했다. 상대적으로 공모가를 낮췄던 다른 공모주들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는 오아시스는 지난 7~8일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나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새벽배송을 브랜드 중 유일한 흑자기업'을 강점으로 내세운 오아시스는 오는 23일 코스닥시장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의 상장이 힘들 것 같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시작했다. 실제 수요예측에서 다수의 기관이 공모가 희망범위 하단 이하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공모가를 하향 조정하거나 IPO를 연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오아시스의 주당 공모가액은 3만500~3만9500원, 예상 시가총액은 9679억~1조2535억원 수준이다. 피어그룹과 주가매출비율(PSR),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비교했을 때 공모가 하단(3만500원)으로 확정해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아시스의 PSR는 지난해 기준 2.32배 수준이다. '쓱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이마트의 PSR는 지난해 기준 0.09배다. 글로벌 이커머스기업 쿠팡은 2021년 기준 PSR가 1.58배, 지난해 기준으로는 1.07배에 불과하다. PSR가 1보다 크면 주가가 주당 매출액보다 큰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오아시스는 매출액 기준으로 피어그룹보다 높게 가격이 설정돼 있다는 것이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오아시스의 지난해 기준 PER는 238배에 달한다. 반면 이마트는 3.14배, 쿠팡은 80.28배다.

시장에서는 밸류에이션 지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아시스와 같은 성장주는 차별화된 경쟁력과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기본적으로 높은 PER를 가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 정도의 가격이 시장에서 용인될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문을 제기한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업종은 밸류에이션 계산이 쉽지 않아 투자자들도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도 "지난해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경우 공모가가 비싼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연구원도 "오아시스와 같은 이커머스 기업들은 실적이 거의 없어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하다"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시장의 성장이 가팔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시장 자체의 밸류에이션이 높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통물량도 상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상장 후 오아시스의 유통가능 물량은 전체 주식의 45% 수준에 이른다.
최근 흥행에 성공했던 공모주인 미래반도체, 스튜디오미르, 오브젠의 주식 유통 물량이 20%대였음을 감안하면 2배 가량 높은 수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초 상장을 준비한 기업은 첫날 공모주 공모 물량을 포함해서 25% 내외의 유통주식 수를 갖고 있었으나 오아시스는 유통주식 수 비율이 40% 이상이어서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부담스럽다"며 "장기적 투자 관점이라는 입장도 있지만 락(보호예수)이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이를 믿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공모주 청약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투자자들이 매수를 했을 때 이익이 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오아시스의 공모가는 하단을 뚫고, 예상보다 매우 낮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