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영업손실 6612억 최악
소비침체로 정제마진 축소 직격탄
유가 하락發 재고 손실까지 겹쳐
[파이낸셜뉴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핵심사업인 정유사업들이 지난해 4·4분기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합산 분기 적자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과 소비침체 여파로 정제마진까지 직격탄을 맞으면서 정유사업의 장기 불황을 걱정해야 할 처지까지 놓였다. 최근 다시 불붙었던 '횡재세' 논란도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이날 지난해 4·4분기 정유 부문은 매출 12조2431억원, 영업손실 191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매출 8조9167억원, 영업이익 5874억원) 대비 매출은 3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영업이익 감소 배경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와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등이 있다.
특히 정제마진 축소가 뼈아팠다. 코로나19 전 배럴당 10달러 선이었던 경유 스프레드(제품가-원가)는 지난해 2·4분기 51.6달러까지 폭등했다가 3·4분기 다시 41.2달러로 안정됐다.
상대적으로 국제 수요가 적은 휘발유도 2021년 4·4분기 스프레드가 배럴당 12.9달러였다가 2022년 2·4분기 29.8달러로 두 배 이상 폭등했지만 한 분기 만인 3·4분기 다시 9달러 선으로 크게 떨어졌다. 코로나19 전 글로벌 휘발유 스프레드는 경유와 비슷한 10달러 선이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2·4분기 경유, 휘발유 등 대부분 제품 가격이 코로나19 전보다 크게 올라 내부적으로는 비정상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며 "스프레드가 다시 정상화 되며 상대적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까지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하면서 정유4사 모두 정유사업이 작년 4·4분기 적자 경영으로 돌아섰다. 정유 4사의 정유사업 영업손실 규모는 1조2932억원이다. 회사별로는 SK이노베이션이 6612억원 손실로 규모가 가장 컸고 에쓰오일이 3796억원, GS칼텍스 1919억원, 현대오일뱅크가 605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정유4사의 석유·정유 사업부문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2·4분기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했다. 당시 정유 4사의 석유·정유 사업부문 영업이익은 6조8078억원이었지만 한 분기 만인 3·4분기 1조3521억원으로 80.1% 떨어졌고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큰 폭으로 하락해 결국 적자 전환됐다.
정유사들이 급격한 경영악화에 빠지면서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불거진 횡재세 논란도 사그라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기업들이 손실을 낼 때는 보전해주지 않으면서 이익을 봤을 때만 (횡재세를) 걷어가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만약 (정유)기업이 불법으로 이익을 크게 남겼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영업이익 일부를 초과이윤으로 규정해 세금으로 거둬들인다는 것은 자유시장경제 논린에 맞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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