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상자산 규제안 통과 후
코인베이스 등 두자릿수 상승
투자자들 "규제리스크 선반영"
블랙록 등 대형사들도 투자 확대
최고 80%대 공매도 영향 의견도
【파이낸셜뉴스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미국의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와 가상자산 테마주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올해 들어 100% 넘게 오르는 등 가상자산 관련주가 급등하는 모습이다. 최고 80%대에 달하는 공매도 거래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어 향후 가상자산 관련주의 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일정 자격을 갖춘 관리인에게만 가상자산을 보관할 의무를 부여하는 가상자산 규제안을 통과시켰다. 자격을 갖춘 관리인은 SEC에 등록된 은행, 신탁회사, 선물중개 기업을 의미한다.
이 규제가 시행되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가상자산 회사에 자산을 보관하는 것이 제한된다. 가상자산 보관관리업자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SEC가 이같은 조치를 내놓은 것은 세계 3위 가상자산거래소였던 FTX가 고객 자금을 유용해 가상자산 생태계가 충격을 받은데 따른 조치다.
이 같은 규제에도 이날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일제히 두 자릿수 오름세를 나타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코인베이스의 주가는 106.37% 급등했다. 비트코인에 거액을 투자한 소프트웨어 개발사 마이크로스트래티지도 105.76% 올랐다. 가상자산 전문은행 실버게이트캐피털과 가상자산에 호의적인 시그니처뱅크의 주가 상승률도 같은 기간 29.24%, 19.10%에 이른다. 특히 이들은 파산보호를 신청한 FTX와 관련돼 있음에도 주가가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EC의 규제에도 가상자산 관련주가 급등한 것은 투자자들이 이미 규제 리스크를 감안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자산운용사 아르카의 제프 도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어떤 규제라도 장기적으로 가상자산 생태계에 유익하다"고 말했다.
대형 투자기관들이 가상자산 관련주에 투자를 늘린 것도 주가가 폭등한 이유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최근 실버게이트캐피털의 지분을 5.9%에서 7.2%로 늘렸다. 미국 증권사 서스퀘하나도 실버게이트캐피털 지분 7.5%를 확보했다.
가상자산 거래플랫폼 엔클레이브마켓의 데이비드 웰스 최고경영자(CEO)는 "대형 투자기관들이 가상자산 전문은행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은 향후 가상자산 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는 관련주에 좋은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투기세력이 공매도에 대거 나서면서 가상자산 관련주의 급등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3파트너스에 따르면 코인베이스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실버게이트 등 올해 주가가 폭등한 3개 종목의 공매도 비중은 최소 20%대에서 최고 80%대에 달한다. 실버게이트의 경우 주식거래의 82%,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코인베이스는 각각 33%와 22%가 공매도에 해당한다.
미즈호증권 댄 돌레브 선임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비중이 높은 가상자산 관련주들의 주가 상승세가 어마어마한 점을 살펴봐야 한다"며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관련주에 대한 공매도를 하고 있고 코인베이스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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