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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 손실만 4000억… 석화 4사, 사업 재편 속도낸다

경기침체에 화학 제품 수요 감소
금호석화 제외 3사 영업익 적자
업계, 비화학 사업 확대로 탈출구
배터리 소재·신재생·제약 등 힘실어

화학 손실만 4000억… 석화 4사, 사업 재편 속도낸다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솔루션 등 국내 석유화학 '빅4'의 지난해 4·4분기 화학부문 영업 손실이 4000억원을 넘어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제품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감소가 큰 영향을 미쳤다. 화학사업의 불황이 최소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주요 업체들은 비화학 분야로의 사업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석화 4사, 금호석화 빼고 적자 전환

1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이날 지난해 4·4분기 석유화학부문 영업손실이 지난해 동기(2322억원) 대비 적자전환한 321억원이라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2946억원으로 12%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화솔루션은 "주요 제품 스프레드 축소와 성과급 등 일회성 비용 반영 영향으로 (케미칼 부문이) 적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4·4분기 금호석유화학을 제외한 석화 3사는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 이들이 기록한 영업손실은 479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1조3630억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수요 하락, 제품 공급 증가 등 때문이다. 김평중 대한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지난해 4·4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국제 유가 등) 상승,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 중국 중심의 글로벌 제품 공급 증가 등이 맞물린 점이 가장 크다"며 "올해 하반기까지는 계속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화물연대 파업, 정기보수 실시 등 비경상적 요인도 겹쳤다. LG화학은 지난달 말 열린 지난해 4·4분기 및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4·4분기 기회손실 비용은 총 1400억~1500억원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정기보수(TA)에 따른 영향 1200억원,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영향 200억원 등" 이라고 말했다.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로 극복

국내 석화사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통해 현재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기존 화학 제품의 저탄소 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첨단소재, 생명과학 등 비 화학분야에 힘을 싣는다. 특히 이차전지소재,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차세대 제품 개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미국 항암제 전문 기업 '아베오' 인수를 마무리했다. LG화학은 향후 아베오 연결이 큰 폭의 매출 확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원료·지역 다변화와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미국,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등에서 에틸렌 생산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021년에는 분리막 소재 판매를 통해 매출 15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차전지 내 전해질로 사용되는 에틸렌 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 카보네이트(DMC) 상업생산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중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타이어용 고형 합성고무와 라텍스 제품의 시장지배력 강화, 합성수지 사업의 판매지역 다변화, 탄소 나노튜브(CNT) 제품 경쟁력 확보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탄소나노튜브는 이차전지 내 전자의 이동을 가속화해 전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CNT 생산설비 증설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할 계획이다.

한화솔루션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힘을 싣는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4·4분기 성과급 반영 및 판가 소폭 하락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를 거뒀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1·4분기에도 견조한 수익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유사들이 화학 분야 사업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석화사들의 포트폴리오 전환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올해 내수 시장이 생각보다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 기존 '상저하고' 전망치를 좀 더 낮춰야할 거 같다"고 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