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가 장난감 파쇄 및 분류기 앞에서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멀쩡한 장난감이 버려지는 것을 보고 '이거다' 싶었죠."
지난 17일 울산 중구에서 만난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
(사진)는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아직 망가지지 않았지만 버려진 장난감들이 많다. 산업계에서는 원자재 확보가 '하늘의 별따기'지만 우리에게는 장난감이 원자재인 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울산에만 700평 규모 공장에서 폐장난감을 쌓아두고 있는데 향후 이를 수도권, 경북, 충북 등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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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공장, 폐장난감 수거→원료화 업체로
코끼리공장은 지난 2014년 8월 만들어진 비영리단체다. 주 업무는 폐장난감 수거·수리 및 지원이다. 회사 이름 '코끼리공장'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이 코끼리인 점을 착안했다.
2021년 말부터는 롯데케미칼의 '프로젝트 루프(LOOP) 소셜벤처 1기'에 뽑혀 1년 동안 활동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사업 범위를 기존 수거 및 수리에서 폐장난감 파쇄·원료화까지 넓혔다. 원료는 대부분 고부가합성수지(ABS), 폴리프로필렌(PP) 등이다. 이 대표는 "1년 동안 롯데케미칼의 도움으로 폐장난감 전용 선발기 개발, 폐기물 종합 처리업 인허가 획등 등을 이뤄냈다"며 "사업이 한 층 고도화돼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 커졌다"고 했다.
그가 처음 폐장난감 순환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아이들'이었다. 어린 시절 수녀에게 '아이들 공부'를 추천 받은 이 대표는 대학 시절 아동가정복지학을 복수 전공했다. 그는 "(아동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어린 시절 좋은 경험이 자랄 때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결국 이는 인류 전체에 도움을 주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폐장난감에 투영됐고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울산 중구 코끼리공장을 방문한 박도연, 김선재 어린이(왼쪽부터)와 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권준호 기자
실제로 이 대표가 운영하는 코끼리공장에는 하루에도 수십 명의 어린이들이 장난감을 기부·교환하러 온다. 이 대표는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기부에 익숙해지고 기부가 '좋은 것'이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서 "개인 외에도 아동복지기관에서 상당량의 장난감을 기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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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장난감 수거 공장 확대 목표
그의 향후 목표는 전국에 장난감 수거 공장을 세우는 것이다. 지금도 장난감을 수거해달라고 요청하는 곳은 많은데 공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우선 2년 내로 수도권에 폐장난감 수거 공장을 세우는 게 목표"라며 "이후에는 경북, 세종 등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했다.
해외 국가들과의 교류도 검토 중이다. 한국 내 출산율이 줄어드는 만큼 범위를 전세계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근 한 일본 거대 복합 주식회사 관계자들이 직접 울산 코끼리공장을 방문해 공장 견학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해외에는 폐장난감 순환 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다"며 "우선 보고 있는 지역은 (아동 인구가 많은) 미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라고 귀띔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어린이집 원장'이다. 이 대표는 "사업 시작 전 했던 일은 어린이집 선생님이었고, 어차피 사업도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하는 일"이라며 "현재 공장이 처리(파쇄 및 원료화) 할 수 있는 최대 폐장난감 양은 총 2t 가량인데, 안정적 수입이 나올 수 있는 양인 '하루 20t' 정도가 되면 (사업을) 정리하고 어린이집을 크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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