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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美 현지생산으로 '세탁기 관세장벽' 넘었다...세이프가드 이달 종료 유력

이달 내 세탁기 세이프가드 종료 유력
삼성·LG, 세이프가드-코로나19 거치며 시장점유율 50% 근접
'세이프가드 요청' 美월풀은 2위→3위 추락
"세이프가드 해제 후 사업 다변화 기대"

[파이낸셜뉴스] 월풀의 제소로 발효됐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가 5년이 경과된 가운데 이달 말 연장없이 종료될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산 세탁기에 밀린 월풀 등 자국 기업 보호를 위해 2018년 2월부터 수입산 세탁기에 관세를 적용하는 무역장벽을 쳤지만 발빠른 현지 생산 전략 등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더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美 세이프가드 연장 가능성 낮아"
19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정부와 이달 말 완료를 목표로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 관련 이해당사국 간 분쟁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세이프가드 조치는 최대 8년까지 조치를 발동할 수 있으며, 아직 시간이 남아있어 100% 종료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연장을 위해서는 사전 조치가 필요한데 지금은 시점을 넘긴 것으로 보여 연장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세이프가드 조치 연장을 위해서는 시행 6개월 전 자국 기업의 연장 신청이나 행정부의 직권상정 등이 있어야 하지만 모두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간 세탁기 전쟁은 지난 2018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월풀 등 자국 기업 요청에 따라 한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승인하며 시작됐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남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세이프가드를 미국이 발동한 것은 2002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었다.

세이프가드는 해외에서 생산한 후 미국에서 판매하는 세탁기에 대해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다. 사실상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산 세탁기를 겨냥한 조치였다. 3년간 지속된 세이프가드조치는 종료를 앞둔 지난 2021년 월풀이 다시 청원을 내면서 2년 간 연장됐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세이프가드를 연장할 명분이 없다는 점을 들어 이달 종료를 예상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 세이프가드 관련 핵심 쟁점 5개가 모두 위법하다며 한국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현지 생산으로 세이프가드 무력화
세이프가드 발동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전 양강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시장 지배력은 오히려 공고해졌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국 세탁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23%, LG전자 점유율은 20%로 한국 브랜드 세탁기가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반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시킨 월풀은 1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세이프가드 발동 전 월풀은 삼성전자에 이어 2위였으나 발동 첫해부터 줄곧 LG전자에 2위를 내줘 미국의 조치를 무색케 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선전 배경으로 현지 생산 전략과 코로나19로 인한 가정용 세탁기 수요 증가를 꼽는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서 2018년부터 공장을 운영 중이며, LG전자는 2019년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공장을 운영하며 현지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또 코로나19 유행 이후 미국 세탁기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코인 세탁기 등 상용제품 수요가 높았지만 도시 봉쇄와 비대면 환경이 확산되면서 가정용 제품 판매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국내 기업들이 발빠르게 북미에 공장을 만들어 북미향 제품들을 판매해 사실상 세이프가드가 유명무실해진 결과를 낳았다"면서 "세이프가드가 발동된 상황에서도 월풀을 따돌리면서 미국 정부도 연장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세탁기 시장의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에 공을 들이며 현지 공장 건설 등을 일찍이 준비해왔다"면서 "세이프가드 조치로 이미 예정된 현지 공장 건설과 가동에 가속도가 붙으며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