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고속도로 가남 졸음쉼터.한국도로공사 제공
#. 고속도로의 대표적 안전시설로 자리잡은 '졸음쉼터'는 한국도로공사 직원의 아이디어로 지난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휴게소간 거리가 먼 노선의 미사용 버스정류장 등 유휴부지를 활용해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로 조성된 후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졸음운전 사망자 수는 졸음쉼터 설치 전인 2010년 119명에서 쉼터를 설치한 이후 69명(2011년~2022년 평균)으로 약 42% 감소했다.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 240개소가 운영 중이다. 올해 13개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공사 관계자는 "고객 편의 시설 및 안전시설 설치 등 개선을 통해 운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국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4년 연속 사망자수가 100명대를 유지했다. '졸음쉼터' '노면 색깔유도선' 등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도입된 정책들이 톡톡히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고속도로 사망자 20년 새 73% 급감
19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56명(잠정)이다. 통계를 집계 이후 가장 낮은 규모인데다가 4년 연속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사망자 수는 지난 2019년(176명) 100명대로 내려온 이후 2020년(179명), 2021년(171명) 등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20년 전인 2001년과 비교했을 때 고속도로 교통량이 하루 평균 252만대에서 지난해 485만대로 약 90% 증가한 상황에서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연간 597명에서 156명으로 무려 73.9% 급감했다. 이는 공사의 각종 예방·안전 대책들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졸음쉼터, 노면 색깔유도선, ex-사이렌, 잠 깨우는 왕눈이, 휴식마일리지 등 직원들이 제시한 아이디어들이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노면 색깔유도선의 경우 도로관리를 담당하던 한 직원이 아이들의 색칠놀이에서 착안해 도로에 색을 입혀 진입로를 안내하는 아이디어를 처음 제안했다. 2017년 국토교통부 연구 용역에서 노면 색깔유도선이 사고 감소 효과가 27%에 이른다는 점도 확인했다.
ex-사이렌은 음향 전문기관과 협업을 통해 뇌파실험 등을 거쳐 독수리 울음소리를 기반으로 고속도로 작업장에 사용할 '유지보수 작업장 전용 사이렌(ex-사이렌)'을 개발했다. 소리의 전달력이 높아 작업장 후미 운전자의 경각심을 최대화 시킬 수 있다.
■아이디어로 화물차 교통사고 낮춰
최근 3년간 고속도로 사망자의 55%를 웃돌고 있는 화물차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눈 모양의 반사지 스티커인 '잠깨우는 왕눈이'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에 일조했다. 주간에는 후방차량 운전자의 시선을 스티커로 유도하고, 야간에는 전조등 빛을 약 200m 후방까지 반사시켜 전방 주시태만·졸음운전을 예방한다. 2019년 최초로 개발한 뒤 전국 주요 휴게소에서 화물차·버스를 대상으로 무상 부착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휴식마일리지는 장시간·장거리 운전이 많은 화물차 운전자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고, 운전 중 충분한 휴게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운전 2시간 이내 고속도로 휴게소 또는 졸음쉼터에 설치된 QR코드를 활용해 휴식을 인증하면 횟수에 따라 상품권을 지급한다.
공사는 오는 2028년까지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률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상위 5위 수준대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2019년 기준 고속도로 사망률은 10억㎞당 2.09명으로 OECD 국가 중 9위다. 공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제안한 현장의 작은 아이디어들이 쌓이면서 사고 예방에 큰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속도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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