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대세 앱에서 중국앱 논란까지 사건의 전말
"본디가 뭐야?"
메타버스에서 아바타 만들어
찐친 50명만 같이 하는 놀이
싸이월드 추억 소환하며
2030 '퇴근후 앱'으로 열풍
"요즘 이게 MZ세대들이 하는 거래."
2월 8일 오전 10시, 기자의 20대 지인이 단톡방에서 본디(Bondee)의 친구가 돼달라고 요청합니다.
같은 날 오후 3시, 기자의 40대 지인이 문자로 본디 친구가 되어달라는 문자 메세지를 보냅니다.
"요즘 이게 유행이래요."
2월 9일 오전 11시, 기자의 30대 여자친구가 앱 링크를 보내며 같이 해보자고 제안합니다.
2월 10일 오후, 기자는 본디 앱을 설치하고 지인들과 친구를 맺기 시작합니다.
2월 13일 '본디 수혜주'로 꼽힌 솔트웨어 주가가 전일보다 29.88% 오르면서 상한가를 기록합니다.
피터 린치와 존 로스차일드가 쓴 주식 투자 입문서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에는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1982년 아이들이 성적을 올려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2000달러를 주고 애플 컴퓨터를 구입하면서 2000달러를 애플 주식에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1987년에 이 투자금액은 1만1950달러로 늘어나 대학 1년 학자금을 충당할 수 있었을 것이다."
■본디는 무엇?
메타버스 기반 앱 본디는 지난 달 17일 출시되고 한 달도 되지 않아 구글 플레이에서만 50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죠. 앱 통계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각각 무료 앱 순위 1위,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본디는 2000년대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를 떠오르게 해요. 아바타를 꾸미고 배경음악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처럼 아이템을 통해 '원룸'을 꾸밀 수도 있죠. 자신의 방에 친구를 초대하고, 친구 방에 놀러 가서 쪽지를 붙일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게 3D 이미지라는 것. 아바타의 얼굴 모양과 헤어스타일, 의복은 물론 원룸 공간의 소파와 러그, 장식품까지 취향대로 고르는 게 가능합니다. 여기에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기능도 있습니다.
가장 독특한 특징은 친구 수를 최대 50명으로 한정했다는 거에요. 카카오톡 등을 통해 친구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상대가 수락하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어요.
본디는 '찐친(진짜 친한 친구)들의 아지트'를 표방하고 있죠.
■'본디 수혜주' 소식에 상한가?
본디가 대세가 됐다는 걸 주식시장에서도 증명합니다. 지난 13일이었죠. 클라우드기업 솔트웨어는 전일 대비 29.88%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합니다.
본디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AWS의 파트너사인 솔트웨어가 '본디 수혜주'로 꼽히게 된 거죠.
같은 날 윈스와 쌍용정보통신도 본디 관련주로 거론되며 주가 강세를 보였어요. 쌍용정보통신은 전 거래일 대비 8.90% 급등했고 윈스도 3.06% 올랐습니다. 두 기업도 AWS와 협력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죠.
세 기업 모두 본디 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업체들은 아니에요. 그러나 'AWS 파트너사'라는 게 부각되며 주가가 오른 겁니다.
이때 많은 투자자들이 본디 수혜주에 투자를 하셨을 겁니다. 솔트웨어의 거래금액은 상한가를 치기 직전인 이달 10일 11억7060만원 수준이었지만, 13일 173억7278만원으로 15배 가량 뛰어오릅니다. 심지어 14일 거래금액은 500억원이 넘습니다.
■곧바로 꺼진 주가...그리고 "중국 앱", "정보 유출" 논란
'본디 수혜주'의 강세는 일일천하(一日天下)로 끝납니다. 솔트웨어가 상한가를 친 직후 5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세를 보여요. 1640원이었던 주가가 1거래일 만에 2130원이 됐지만, 지난 17일에는 1677원으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쌍용정보통신은 주가가 더 떨어집니다. 지난 13일 8.90% 올랐지만, 14~15일과 17일에는 각각 3.37%, 5.17%, 6.54% 떨어집니다. 지난 10일 955원이었던 주가는 17일에 900원이 됐죠.
'본디 수혜주'가 곧바로 추락한 건, 본디의 논란 때문이에요.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본디는 중국 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죠. 이용자 모르게 개인정보가 빠져나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본디는 지난해 1월 중국에서 출시됐던 중국 앱 '젤리'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본디의 운영사인 메타드림은 지난해 5월 젤리의 운영사 '트루리(True.ly)의 지식재산권(IP)을 인수했죠.
본디의 전신 젤리는 한때 중국에서 틱톡과 위챗을 제치고 인기 순위 1위에 올랐지만, '개인정보 침해'와 아바타 의상 표절 논란 등으로 한 달 만에 자취를 감춘 앱이에요.
물론 본디의 개발사 메타드림은 젤리 관련 IP를 인수해서 디자인 등 기본적인 요소만 유지하고 서비스를 개선해 본디로 재탄생시켰다고 설명하죠.
하지만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메타드림이 국적을 세탁했다"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적 논란은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허정보검색서비스인 키프리스에 따르면, 본디의 상표권을 출원한 회사는 메타드림(에이치케이) 리미티드로, 국적은 중국으로 돼 있죠. 주소지가 홍콩으로 돼 있어 국적이 중국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여요. 그러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본디 탈퇴한다", "설치 안 하길 잘했다"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죠.
■해명 이어지지만..."지금부터 진짜 검증대"
본디의 개발사 메타드림은 논란이 커지자 빠르게 해명했어요. "우리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독립 IT기업이다." "트루리 인수 과정에서 일부 중국 직원들이 메타드림에 합류하게 됐지만, 한국, 미국, 일본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의 직원들이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유출 의혹에 대해 "(개인정보는) 서비스의 원활한 제공을 위해 유저들이 동의한 목적과 범위 내에서만 이용된다.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개인정보 유출이나 도용이 발생하지 않았다.
본디가 수집하는 정보는 다른 앱에서도 수집되는 통상적인 정보이며,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죠.
수많은 논란이 일었지만 본디는 아직까지 앱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앱에 대한 사용자들의 검증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거란 예측도 많아요.
어떤 이들은 폐쇄성 때문에 '제2의 클럽하우스'가 될 거란 이야기도 해요. 지난 2021년 출시돼 큰 호응을 얻었던 클럽하우스는 폐쇄적인 운영 방식으로 신규 이용자 유입이 둔화하며 인기가 빠르게 식었죠.
사용자들 사이에선 '렉'이 발생하는 등 서비스 운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큽니다. 한 이용자는 "주변인들은 호기심에 2~3일 했다가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여러 사람이 함께 해야 즐길 수 있는 특성상 주위에서 본디를 하지 않으면 그만두지 않을까 싶다"라며 "앱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도 별로 없고 알람이나 앱 구동도 느린 편이라 불편하다"라고 털어놓기도 했어요.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